"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 본인이 얼마만큼 하느냐가 중요하다. 본인이 안 하면 아무도 도와줄 사람 없다. 본인의 땀과 노력 없으면 신도 그들의 손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다. 실패도 본인이 감당해야 한다."
안정환이 지난 7월, KBS 2TV 예능프로그램 '청춘FC 헝그리 일레븐'의 제작발표회에서 한 말이다. 그저 예능프로그램으로 부르기에는 축구 미생들의 땀과 열정, 눈물과 간절함이 차고 넘치는 이 프로그램의 가장 정확한 지향점을 보여준 감독 안정환의 이 말처럼, 마무리를 앞두고 의욕에 넘쳐 열심히 달리던 축구 미생이 또 한 번 그라운드 위에서 쓰러지는 모습은 냉정한 현실을 일깨웠다.
지난 17일 방송된 '청춘FC 헝그리 일레븐'에서는 긍정적인 성격과 항상 밝게 웃는 얼굴로 팀내 마스코트를 담당했던 제석이 부상당해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그려졌다. 특히 부상 직전에는 제석이 생일을 맞아 숙소 내에서 소소하고 즐거운 생일 파티를 벌이는 모습이 그려져 숙소를 떠나는 그의 뒷모습이 안타까움을 더했다.
제석은 오전 훈련 중 병남과 충돌했고, 발에 부상을 입었다. 청춘FC의 마지막이 다가올수록 조급한 마음이 앞섰던 이들은 몸을 사리지 않고 훈련에 임하다가 다치게 된 것. 안정환은 "정상적으로 하면 안 다친다. 성질대로 하면 다친다. 너희 둘 다 집에 보내려고 했다. 나 이런 거 못 본다. 우리가 하나로 도와도 될까 말까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더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제석은 이번 충돌로 뼈에 금이 가고 말아, 청춘FC에서 아웃됐다. 한 달 정도 쉬어야 하는 제석을 누구도 기다려줄 수 없었던 것. 청춘FC 포워드로서의 제석은 여기까지였다. 제석은 아쉬운 마음에 "(청춘FC) 두 달만 더 연장해주면 안 됩니까"라고 농담했고, 안정환은 그런 제석을 보며 "바보야, 이게 뭐야. 다 됐는데"라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제석은 걱정하는 팀원들 앞에서 끝까지 밝게 웃으며 "조금만 쉬면 금방 날 것 같다"고 말했다.
작고 빠른 몸으로 질주하던 제석은 하필 몸 상태가 최상일 때 갑작스레 찾아온 부상으로 그의 뜨거운 마지막을 보여주지 못하게 됐다. FC서울과의 경기에서 꼭 골을 넣어, 받은 상금으로 팀의 회식을 시켜주겠다는 기특한 꿈을 지니고 있던 제석은 세차게 흔들려 또 한 번 꺾이게 된 청춘의 애잔함으로 안타까움을 안겼다.
실패를 겪어본 축구 미생들에게는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기회 '청춘FC'. 중요한 경기 코 앞에서 다시 고개를 숙여야 했던 제석의 덤덤한 표정은 언제나 꿈 같았던 청춘FC의 달콤함 속에 불쑥 고개를 든 냉정한 현실의 민낯으로, 이들의 마지막에 과연 무엇이 있을지, 제석을 다른 곳에서 볼 수 있을지 궁금증을 자아냈다./jykwon@osen.co.kr
[사진]'청춘FC 헝그리 일레븐'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