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노래방에서 버즈의 노래를 불러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야말로 당시 노래방을 꽉 잡고 있었던 ‘노래방 군통령’ 버즈가 ‘히든싱어4’에 떴다. 예상했던 대로 민경훈은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고 우리를 다시 2000년대로 데려갔다.
지난 17일 방송된 JTBC ‘히든싱어4’에는 버즈의 민경훈이 세 번째 원조가수로 출격해 다섯 명의 모창능력자들과 대결을 펼치는 내용이 전파를 탔다. ‘겁쟁이’, ‘가시’,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남자를 몰라’ 등 과거 노래방에 울려 퍼졌던 노래들로 대결이 진행됐다.
사실 민경훈은 ‘히든싱어’에 출연하지 않으려고 했다. ‘부담’이 가장 큰 이유였다. 민경훈은 “아무래도 부담이 많이 됐다. 요즘 부르는 스타일과 예전 창법이 달라졌다”고 했고 전현무가 “혹시 떨어질까 봐 걱정한 거냐”고 하자 “그냥 나오기 싫었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버즈 멤버들은 “혼자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이 컸던 것 같다. 멤버들 의견은 민경훈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너무 부담스러워하고 힘들어했다”, “출연 결정하기 전까지 술을 많이 먹었다”고 전했다.
민경훈 자신은 출연에 대한 부담이 컸지만 팬들에게는 반갑기만 했다. 여성팬 뿐만 아니라 남성팬까지 상당했기 때문에 민경훈을 기다리는 팬들이 많았다. ‘가시’는 남성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은 노래이고 2011년 노래방 20주년을 맞아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가장 많이 불린 노래 5위가 ‘가시’였다. 5년간 1,128만 번 불러졌을 만큼 남성팬 뿐만 아니라 전국민적인 애창곡이었다. 그 정도로 버즈의 인기는 엄청났고 민경훈은 그렇게 오랜 시간 팬들에게 응답했다. 그리고 민경훈은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는 팬들과 애틋하고 감동적인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민경훈 편은 SG워너비의 김진호 편만큼 ‘멘붕’ 그 자체였다. 민경훈 편은 시즌3부터 모창자들을 모집하고 준비해왔던 만큼 모창능력자들의 실력은 상당했고 1라운드부터 그야말로 접전이었다. 방청객과 패널은 물론 버즈 멤버들마저 의견이 갈렸다. 표는 1번부터 6번까지 고루 분산됐다. 민경훈은 “왜 이렇게 못 찾는지 모르겠다. 너무 의견이 갈렸는데 제가 멤버들 합주할 때 10년 넘게 노래를 했는데 이렇게 못 찾는다는 게 마음이 아프다”며 섭섭함을 토로할 정도였다. 결국 1라운드를 4등으로 겨우 통과했다.
2라운드곡은 ‘가시’였고 민경훈은 ‘히든싱어4’를 위해 연습했지만 2등을 했다. 그리고 3라운드가 다가왔다. 민경훈은 “공연하면서 늘 빼놓지 않는 곡”이라며 가장 자신 있는 곡으로 꼽았지만 100표 중 40표를 받은 민경훈은 ‘히든싱어’ 최초로 3라운드에서 탈락해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다. 하지만 민경훈은 “나오기 전까지 걱정 있었는데 멤버들과 회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다 털어버린 것 같고 너무 좋은 모창자들 나오셔서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충격은 컸지만 민경훈이 이날 팬들에게 선물한 무대는 감동이었다.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게 했고 당장이라도 노래방에 가서 버즈의 노래를 부르고 싶게 만들었다. 주영훈이 말한 대로 당분간 노래방에 버즈의 노래가 다시 울려 퍼질 거라 예상됐다. ‘히든싱어4’ 민경훈 편은 민경훈도, 팬들도 만족한 방송이었다./kangsj@osen.co.kr
[사진] JTBC ‘히든싱어4’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