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 오세득이 주인인데 되레 하루 놀러온 손님 느낌이 들었다. 게스트로 등장한 최현석이 깝죽거리며 신이 나서 요리하는 모습으로 오세득의 분량을 다잡아 먹었기 때문이다. 그의 모든 행동이 밉상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시청자들에게는 큰 웃음으로 다가왔다.
지난 17일 오후 방송된 MBC 예능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에서 두 사람은 티격태격하며 요리 방송을 시작했다.
최현석은 예능감을 겸비한 소위 '허세 셰프'로서 요리 과정을 말로 술술 풀어냈고, 맛에 대한 결과를 적나라하게 평가하며 재미를 이끌어냈다. 대놓고 뿜어내는 독설의 기운이 만만치 않았기에 옆에 있던 오세득이 주눅들어 어깨를 못 펴고 당하는 모습이 웃음을 유발했다.
이날 오세득은 자신의 채널 '한 그릇 득딱!'에 절친한 최현석을 초대해 야외 캠핑장에서 고기와 대합을 맛있게 굽는 방법을 설명했다. 최 셰프의 지원사격으로 네티즌들의 관심도가 한층 높아진 셈. 역시나 시작부터 시청자들이 대거 유입해 그들과 소통을 시도하려 했다.
최현석은 오세득의 '아재' 개그를 디스하며 시선을 자신으로 향하도록 유도했다. 그는 역시 방송을 아는 남자였다. "진심을 요리하는 셰프 최현석입니다"라고 소개하면서 "아재 개그가 재미있다고 자꾸 웃다보면 다른 사람들한테 왕따를 당할 수 있다"고 오세득을 은근히 경계했다.
이어 바비큐를 쉽고 맛있게 굽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면서 "제가 굉장히 전문적이죠? 마지막 디테일을 충족시켜드리기 위해 제가 왔다. 시청자들은 이런 깨알 같은 팁을 원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본격적으로 오세득의 속을 살살 긁었다.
두 사람은 레시피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대합을 굽는 방식에서 차이가 생긴 것인데 최현석이 통째로 그릴에 구웠다면, 오세득은 잘게 썰어 양념에 조린 것이다. 이를 시식한 최 셰프는 "짜다"며 자신의 방법이 더 좋다고 강력 추천했다. 빈정이 상해 같이 방송하기 싫다는 오세득을 향해 "나를 깔아뭉개도 난 당신이 자랑스럽다"고 말했고, 이 한마디에 결국 오세득은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위기감을 느낀 오세득은 "오늘 이 아저씨 진짜 잘못 데리고 왔다"며 본인의 분량을 이미 다 뽑은 최현석을 저지했다. 그는 이 같은 무시를 당하면서도 "저 똑같고 재미없다. 여기 저기서 다른, 이런 사람들(오세득을 가리키며) 표리부동이라고 하죠. 저는 그런 오 셰프와 다르다"고 꿋꿋하게 소통을 이어나가 웃음을 안겼다.
말은 오세득이 하고 있어도 눈과 귀는 최현석을 향했다. 이제는 질릴 때도 됐지만, 허세 섞인 소금뿌리기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재미였다. 그는 오세득에게 "일방통행을 하지 말고 시청자들과 소통을 하라"고 지적했다. 결국 오세득은 주체할 수 없는 짜증을 터뜨리고 말았다. "내 방이야"라고 소리를 지른 것. 그러면서 "이 아저씨 치매 걸렸나봐" "늙어가지고" 등 진담 반 농담 반 막말을 쏟아내며 그의 방송 열정을 경계했다. 전반전 결과, 오세득은 점유율 33.4%를 차지하며 1위에 올랐다. 최현석과의 케미스트리 덕분에 우승을 하게 된 것이다.
두 사람의 피 튀기는 싸움 속에서도 웃음은 끊이질 않았다. 방송국 물을 먹은 최현석이 고도의 생존 전략으로 오세득을 밀고 당기며 웃음 코드를 짚어냈다. 소통을 위해 밉상도 마다하지 않은 최현석의 희생 정신에 박수를 보낸다. 이러다 오세득이 사라지고 최현석이 살아남는 건 아닐지./ purplish@osen.co.kr
[사진]'마리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