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뇌순남녀’, 뇌가 순수한 이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의도한 것도, 노린 것도 아닌 이들의 순수한 모습에 웃음 또한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지난 17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는 하하·광희가 기획했던 ‘바보전쟁-순수의 시대’ 특집이 방송됐다. 홍진경부터 은지원, 심형탁, 솔비, 간미연, 채연, 김종민, 박나래까지 합류해 바보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한 대결을 펼쳤다.
이날 게스트들은 자신이 바보로 캐스팅됐다는 말을 듣고 좀처럼 믿을 수 없다는 듯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과반수였다. 특히 홍진영은 “여기는 내가 낄 자리가 아니다”라며 연신 부인했지만, 방송 내내 ‘전화위복’을 ‘전하위복’으로, ‘채연’을 ‘태연’으로, ‘2+2×2=6'을 ’2+2×2=8'로 주장하는 등 누구보다 ‘뇌순녀’에 어울리는 모습을 보이며 웃음을 담당했다.
겉으로만 보면 이보다 지적여보일 수 없는 심형탁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대결에 앞선 장기자랑 코너에서 ‘뚜찌빠찌뽀찌’라는 외계어와 함께 정체를 알 수 없는 댄스를 선보이며 촬영장을 혼돈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알고 보니 이는 영화 ‘미니언즈’ 속 미니언즈들이 부르는 말 그대로 외계어로 이루어진 노래였던 것. 이를 계기로 ‘무한도전’ 멤버들은 자신과 다르다고 비웃지 말자는 이날 방송의 취지를 되새기며 심형탁과 함께 ‘미니언즈’송을 불렀다.
이어 펼쳐진 퀴즈 대결에서 비로소 ‘바보전쟁’의 취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엘리베이터 F의 약자는 Flow, 라이트 형제는 히틀러, 국가의 3요소는 국민·땅·꿈, 아르키메데스가 외친 말은 빙고 등 기상천외한 오답들이 난무하며 순수함을 입증한 것. 좀처럼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오답들에 출연진 모두가 부정할 수 없이 ‘뇌순남녀’라는 것을 밝히며 웃음을 선사했다.
“모르는 것은 죄가 아니다. 모르는데 아는 척 하는 것이 죄다”라는 말처럼 9명은 모르는 문제에도 한 점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당당한 태도로 순수함을 뽐냈다. 부족한 지식을 대결한다는 이번 ‘바보전쟁’ 특집은 다소 위험부담이 있는 방송이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중요한 캐릭터나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억지로 또는 의도적으로 ‘바보 콘셉트’를 잡아 순수함을 어필하려는 행동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비호감을 느끼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으로 볼 때 이날 등장한 ‘바보 어벤져스’ 멤버들이 비호감을 피해 ‘꿀잼’을 선사할 수 있었던 데에는 가식과 거짓이 없는 순수함이 큰 역할을 했다. 이들은 억지로 웃기려 하지 않았고, 또 자신의 부족함을 부끄러워하는 대신 ‘배우면 되지’라는 긍정적인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편안한 웃음을 안겼다.
오는 24일 방송에는 김구라, 전현무와 지식 대결을 벌이는 시간이 펼쳐진다. ‘뇌섹남’과 만나 대결을 펼치는 구성에서는 또 어떤 기상천외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지 더욱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