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욱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줬다.
전 KBS 아나운서 김현욱이 숨겨진 노래 실력을 드러냄과 동시에 진행 욕심을 밝히며 터줏대감 김성주의 자리를 위협했다. 하지만 '김현욱=복면가왕 MC'라는 등식이 터무니없지는 않다. 그 역시 정확한 발음과 탄탄한 발성, 반듯한 이미지 면에서 뒤처지지 않기 때문. 김현욱도 충분히 노려볼만한 자리다.
김현욱은 지난 18일 방송된 MBC 예능 '복면가왕'에서 15대 가왕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아쉽게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태양의 아들 서커스맨이란 이름으로 나온 김현욱은 이날 두 번째 무대에서 니노 막시무스 카이저 쏘제 쏘냐도르 앤 스파르타와 노래 대결을 했다.
두 사람은 버스커버스커의 '처음엔 사랑이란 게'를 선곡해 부드러우면서도 높은 음역대를 자랑했다. 김현욱의 깨끗하고 청량하면서 깊이 있는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다. 이들은 낭만 가득한 무대로 판정단의 박수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투표함을 열어보니 큰 격차가 벌어졌다. 스파르타가 65대 34로 이겨 2라운드로 진출한 것.
서커스 복장을 하고온 김현욱은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봉고를 치며 화려한 손기술을 드러냈고, 탬버린을 들고 춤을 추며 분위기를 끌어올리기도 했다. 솔로곡으로 이승환의 '덩크 슛'을 부르며 복면을 벗자 그의 얼굴이 나타나 놀라움을 안겼다. "지금까지 방송을 15년 했는데 가장 큰 도전을 받은 날이다. 다시 도약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해야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큰 무대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제가 MBC와 궁합이 딱 맞는다. 김성주는 애가 셋이지만 저는 아직 혼자 사는 총각"이라며 '나 혼자 산다'에 출연 욕심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마리텔'에서 제대로 된 스피치 강의를 하겠다"고 했고, '무한도전'에도 나가고 싶다는 뜻을 어필했다. 예능감을 겸비한 아나테이너로서 제작진의 선택을 기다려도 좋을 듯 싶다.
2012년 6월 KBS라는 집을 과감하게 떠난 김현욱은 현재 아나운서 양성 교육에 집중하며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현직 시절에는 각종 프로그램 MC를 도맡아 개그감과 우직함을 보였지만 프리 선언 이후 다른 연예인들에 밀려 위상이 흔들렸던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프리의 길이 쉽지 않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김현욱에게는 아나운서의 반듯한 이미지 외에 예능감이라는 또 다른 무기가 준비돼 있다. 김성주, 전현무의 '다작시대'에 색다른 매력으로 시청자들에게 신선함을 안길 수 있다는 얘기다. 결코 뛰어넘을 수 없을 것 같은 묵직한 장벽 앞에서 김현욱은 마지막 1%의 힘을 발휘했다. 후회 없이 도전했기에 그를 곧 MBC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게 되지 않을까./ purplish@osen.co.kr
[사진]'복면가왕'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