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라는 달랐다. 훈련중 가장 돋보였던 인물은 그녀였다. '윤종신의 아내'이거나 '라익이 엄마'가 아닌 오로지 자신의 이름 세 글자를 찾기 위해 군대에 왔기 때문에 정신력이 남들보다 강했던 것이다.
그런 그가 탄탄한 체력과 근성으로 여군의 기세를 살릴 마지막 불씨가 됐다. 최연소 국가대표, 최연소 국제대회 우승, 한국 최초로 윔블던주니어 결승진출로 세계 2위 기록을 보유한 그 때의 그 전미라가 강림했다.
지난 18일 오후 방송된 MBC 예능 '진짜 사나이'에서 독거미부대의 첫 훈련으로 특공 체력 측정이 시작됐다. 종목은 두 가지인데 장애물 극복과 공격군장을 메고 3km를 17분 이내 들어와야하는 뜀걸음을 측정하는 것이다.
전미라는 쾌조의 스타트를 알렸다. 버퍼링 없이 다음 단계에 진입하며 선임에 뒤처지지 않는 스피드를 자랑했다. 코트 위를 누비던 몸놀림으로 연병장을 누빈 것. 마지막 비장한 각오로 페널티 구간도 가뿐하게 통과했다. 안타깝게도 마지막 수평봉 구간에서 팔의 힘이 빠져 베어워킹을 하게 됐지만 다른 대원들에 비해 우위를 차지한 것은 틀림없었다.
전미라는 독거미 부대에서 뭔가 확실히 보여주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함께 훈련을 시작한 김현숙 유선 한채아 한그루 박규리 등 5명의 하사들이 특공 장애물 및 레펠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탈락한 사유리, 유진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인간이 가장 두려움을 느낀다는 높이에서 바들바들 떨면서도 확보 레펠 훈련을 통과, 역레펠에 성공하며 실헬기 탑승자로 지목됐다. 성공하겠다는 각오로 여자가 아닌 독거미대대 요원으로 점점 거듭나고 있었다.
앞서 전미라는 '진짜 사나이'에 도전하면서 "은퇴 후 전미라는 없었다. 그게 저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았고 나 자신을 찾고 싶어서 입대하게 됐다"고 출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물론 흔들린 적도 있지만 지금껏 처음의 결심을 잃지 않고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고 있는 셈이다. 스스로 강한 여군이자 양육에도 최선을 다하는 엄마임을 확인한 전미라에게 박수를 보낸다./ purplish@osen.co.kr
[사진]'진짜 사나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