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진희는 언제 반격에 나설까. 박세영에게 번번이 당하면서도 원망조차 하지 않는 모습으로 울분을 샀던 백진희의 모습도 일부 이해는 된다. 주인공인 백진희가 불쌍하게 그려질수록 나중에 시작될 복수가 더욱 통쾌하게 느껴질 테니.
백진희는 극 중 금사월 역을 안정된 연기력으로 보여주고 있다. 건축사를 꿈꾸는 20대의 멀쩡한 여성을 가발과 휠체어 때문에 사람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설정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이런 판타지스러운 설정도 백진희의 연기로 인해 공감을 얻는 부분이 있다.
지난 18일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내딸 금사월’ 14회에서는 금사월(백진희 분)이 친 엄마인 신득예(전인화 분)의 도움으로 ‘마봉녀 미션’에 성공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강찬빈(윤현민 분)은 사월에게 마봉녀가 스페인 사람임을 알려줬고, 사월은 그제서야 자신이 만나온 마봉녀가 다른 인물임을 알게 됐다.
사월은 자신이 만난 마봉녀가 가짜라는 것은 알았지만 득예(전인화 분)가 마봉녀 행세를 했다는 사실은 끝까지 알아채지는 못했다. 결국 그는 알고 지내던 사람을 단지 가발과 휠체어 때문에 알아보지 못하고 다른 사람으로 착각했다.
그래도 어쨌든 미션에는 성공했다. 앞서 득예가 진짜 마봉녀와 접촉하는 포석으로 사월을 도운 것. 사월이 미션에 실패할 위기에 처한 순간 등장한 마봉녀는 사월의 분석을 극찬했고, 미션은 성공으로 돌아갔다. 득예의 도움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사월에게나 시청자들에게나 일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통쾌함이 있었다.
여러 억지 설정에도 불구, ‘내 딸 금사월’이 재미있는 것은 질질 끌지 않는 쾌속 전개 덕분이다. 50부작임을 믿을 수 없는 빠른 이야기전개가 휘몰아치며 시청자들을 브라운관으로 빨아들이고 있는 것. 이 날도 홍도(송하윤 분)와 혜상(박세영 분)이 서로를 알아보게 되고, 방송 말미에는 홍도, 혜상, 사월이 한 자리에서 만나는 모습이 그려졌다. 세 사람이 탄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멈추며 위기가 찾아오는 갑작스러운 사고는 또 다시 실소를 머금게 했지만, 휘몰아치는 전개만큼은 인상적이었다.
이날 홍도는 혜상의 악행 증거가 담긴 CCTV를 보게 됐고, 사월이 살아있음을 알게 된 뒤 이들을 찾아 나섰고, 결국 가까이서 일하던 두 사람은 서로의 존재에 대해 알아차리게 된다. 하지만 역시나 사월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상황이다.
모두가 사월의 각성을 기다리고 있다. 하루 빨리 사월과 득예가 힘을 합치고, 악에 맞서 통쾌한 승리를 거두는 모습이 그려지길 기다리고 있는 것. 백진희는 착하고 순한 얼굴에서 여러 감정 표현이 가능한 배우. 기다림은 무르익었다. /joonamana@osen.co.kr
[사진] ‘내딸 금사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