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큼한 박지윤, 뒤로 호박씨 까다니'
지난 18일 방송된 MBC 예능 '일밤-복면가왕'(이하 복면가왕)에서 호박의 탈을 쓴 여자가 가수 박지윤이라고 믿을 수 없었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다. 이미 노래를 부르는 창법을 통해 호박씨가 박지윤이라는 게 기정사실화 됐지만, 더 이상 그녀가 망가지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전히 청순한 외모에 갸날픈 몸매를 지니고 있는 가수 박지윤은 한마디로 내숭백단이었다. '성인식'의 섹시 댄스를 추던 그 요염한 동작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질 않았다. 뻣뻣한 웨이브와 허당기 가득한 개그를 선보이며 털털한 매력을 드러냈다.
이날 방송된 '복면가왕'은 15대 가왕을 향한 가수 8명의 대결이 펼쳐졌다. 박지윤은 가장 마지막 무대에 올랐다. 일명 '꼬마 마법사 아브라카다브라'와 '내숭백단 호박씨' 박지윤의 치열한 대결. 두 사람은 박효신의 '바보'를 부르며, 귀를 쫑긋 세우게 하는 가창력을 자랑했다.
호박씨 박지윤은 촉촉하고 깊이 있는 특유의 음색을 드러냈지만 아쉽게 패했다. 고역대와 저역대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마법사가 시선을 제압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무대가 끝난 후 판정단에서는 57대 42로 15표 차이가 벌어졌고, 마법사가 2라운드로 진출했다.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성량이 정체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했다.
이어 호박씨는 솔로곡으로 장혜진의 '아름다운 날들'을 부르며 복면을 벗었고, 결국 모두가 아는대로 박지윤이 나타났다. 상상으로만 끝나버렸어야 했는데 예측은 현실로 치환되고 말았다.
박지윤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컴백홈' 댄스부터 소녀시대의 'Gee', EXID의 '위아래' 댄스까지 섭렵하려 했으나 이 모든 것을 아줌마 춤으로 변모시켰다. 뿐만 아니라 수영 태권도 개소리 성대모사로 청초한 이미지를 날려버렸다. 이날 무대는 청순 섹시 박지윤에 대한 편견을 깨는 완벽한 무대였다. 이제는 박지윤이 앞으로 어떤 음악을 들고 나올지 쉽사리 예상할 수 없을 것 같다./ purplish@osen.co.kr
[사진]'복면가왕'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