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내 노래가 좋더라고요. 몇 년 지나서 들으면 더 좋을 것 같아요."
가수 전인권이 지난 달 23일 새 싱글 '너와 나'를 발표한 후 앨범 발표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9월 선보인 '2막 1장' 이후 1년여만에 선보인 '너와 나'에는 슬픔을 이겨내는 희망의 메시지가 녹아있다. 자이언티 외에도 윤미래, 타이거JK, 강승원, 서울전자음악단, 갤럭시익스프레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그레이프티 등 전인권을 존경하는 후배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한 희귀한 곡이었다. 노래는 지난 해 전인권이 포항 칠포 바다 재즈 페스티벌에 초청 가수로 갔을 때 밤바다를 마주하면서 영감을 얻고 쓴 곡으로 그가 뮤지션으로서 갖는 사회에 대한 책임감도 보여준다.
'전설'로 불리는 전인권은 새로운 에너지로 가득했다. 데뷔 36년만에 첫 싱글을 내고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을 만큼 건강하게 달라진 그는 예전보다 한층 음악에 미쳐있다고 말했다.
- '너와 나'는 너와 내가 힘겨운 곳에서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노래다. 뮤지션으로서 일종의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있나?
▲나이 먹은 가수로서의 책임감은 늘 가지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늘 그래왔다. 가수는 여러 형태가 있는데, 나 역시 책임감을 갖고 노래하는 류의 가수다. '행진'이나 '돌고 돌고 돌고'도 그랬고. 난 희망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사람이다.
-음악에 대한 원동력은 어디에서 오나?
▲마약에 40년을 쩔어왔는데 모든 걸 끊고 다시 돌아왔다. 아는 형님이 나보고 다시 20대가 된 것 같다고 하더라. 컨디션이나 감성이. 음악에 미쳤다. 예전과 달리 내가 곡을 주는 작업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음악에 힘이 돼야겠다는 생각이 크다. 다른 건 다 필요없고.
- 지금 우리나라 음악에 대한 불만이 있나?
▲그렇다. 가장 지혜로워야 할 사람이 대중 음악인이다. 대중과 가장 가깝고 가장 지혜로워야 한다. 과연 세계에서 우리를 주목했을 때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해봐야 한다. 무조건 히트하기 위해 바쁘고 썰물 같은 음악을 하면 안 된다. 우리나라 가수들의 가장 큰 문제가 '난 니가 한 곡 할 때, 열 곡을 해'를 자랑한다는 거다. 반대가 돼야 한다. '난 니가 열곡할 때 한 곡을 해'라고. 그걸 자랑하고 대중에게 알려야 한다. 음악이 영원한 자기(듣는 사람)의 기억이 되고 과연 그런 기억을 누가 줬는지를 생각하게끔 해야한다. 그리고 그것의 체계화가 중요하다.
- 후배 뮤지션들과의 작업이 활발하다
▲의도를 한 건 아니다. 후배들이 연락을 하고 잼을 원하고 같이 하길 바라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 나 역시도 후배들과 같이 작업하면 힘을 받는다. (눈길이 가는 후배들은 누구인가?)타이거 JK와 윤미래는 자신들이 하려는 음악에 도달한 사람들이다.
자이언티. 애가 좀 이상하다. 애가 표현하는 방식이 재미 있더라(특유의 화법). 그 표현이 매력 있어서 집에 가면서 나도 모르게 따라했다. 걔 때문에 나도 그렇고 우리 밴드도 많이 반성했다. 후배들에게 밀물과 썰물을 잘 판단하라고 조언해주고 싶은데, 자이언티는 그런 걱정이 전혀 안 된다. 두 시간 넘게 녹음을 하는데 두 마디 가지고 계속 '다시', '다시' 하더라. 결국 녹음이 그날 끝나는 줄 알았더니 다음 날까지 이어졌다. 그러면서도 돌아가서 전체적인 흐름에서 자기 부분이 어긋 난 것 같다며 다시 하자고 그러더라. 보통이 아니다.
예은(원더걸스)은 목소리가 정말 매력 있다. 진실하면서 어둡다. 어디서 어두운 느낌이 나는지 모르겠다. 예은이 나와 같이 작업 해 보고 싶어하고 나 역시 그 친구를 통해 발전하는 걸 느낀다. 참 기특하고 매력 있다. 같이 공연을 할 때 자기가 돋보일 키가 있는데 내 키에 맞추더라. 자기 돋보일 생각을 안 하고 내가 돋보이기를 바라는 것에 큰 감동을 받았다. 무엇보다 노래가 정말 끝내준다. 써니(소녀시대)는 상암 라디오 방송에서 만나 한 마디를 나눴는데 서로 통하는 걸 느꼈다. 그래서 친구처럼 가까워졌다.
- 아까 '음악에 미쳤다'라고 했다. 요즘이 예전보다 더 음악에 열중하나?
▲마약에 의존하고 음악 공부를 안 했다. 놀고 싶어서 설악산으로 도망간 적도 있다. 한 동안 바보가 됐던 것 같다. 자유로운 성격에 물가에 내놓은 어린애 같기도 했다. 핑계도 많았고. 요즘은 새벽에 일어나서 밤까지 연습을 한다. 매일 같이. 예전에는 말로만 연습을 한다고 했는데 요즘에는 진짜로 한다. 그리고 소리에 대해 집착이 더 강렬해졌다. 노래를 잘 하려면 연습을 무지무지하게 해야 한다. 마이클 잭슨도 '빌리진'을 처음에 녹음한 것은 정말 못 들어준다고 하더라. 엄청나게 연습하는 거다. 내가 요 며칠 사이에 음악에 점점 더 미쳤다. 요즘처럼 즐거울 때가 없다.
- 밴드와의 화합은 어떻게 이루나?
▲문제가 생기면 합리적으로 세 가지만 생각한다. 약속 시간, 거짓말 하지 말자. 그리고 짜증내지 말자. 세 가지를 지켜본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서로 신뢰하자'가 가장 중요하다.
- 음악인으로서의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내 스스로 음악에 미칠 것이고, 두 번째는 한국 음악의 흐름을 좋아지게 만들고 싶다. 교주같은 말을 하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그래도 한다면 뿌리를 찾으라는 말을 해 주고 싶다. 배가 고파서 할 것을 찾던 중 거리의 악사로 '쟌쟌쟌' 하는 음악을 들려줬던 것이 지금의 흑인 리듬 앤 블루스다. 우리 나라 대중 음악의 뿌리를 찾는 것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있다. 음악하는 사람으로서. 대중음악이라고 하면 할 수 있는 것. 대중이 좋아할 수 있는 건 다 할거다. 그것도 열심히. / nyc@osen.co.kr
[사진]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