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박은지(32)를 만나기 전 솔직하게 말하건대 도도할 줄 알았다. 화려한 외모에 똑 부러진 이미지까지 빈틈을 허용하지 않을 것 같아 보였다. 그런데 웬걸. 이 언니 정말 소탈하다.
박은지는 웹드라마 ‘연애세포 시즌2’에서 사랑을 포기한 태준(임슬옹 분)을 짝사랑하는 혜리 역으로 출연했다. 혜리는 늘 화려한 의상을 입고 주체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는 커리어 우먼이다. 겉보기 싱크로율은 박은지와 딱 일치했다.
박은지는 최근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대중이 생각하는 이미지가 화려하고 강해보이고, 또 도도해 보이나 보다. 그런데 감독님도 실제로 보시더니 ‘아니네. 은지 씨가 못돼야 하는데 못되지 못 하네’라고 말씀하셨다. 유정이한테 차마 대본처럼 소리 지르고 악독하게 못하겠더라. 감독님께서 이런 저의 이면 속 엉뚱한 면을 봐주시고 미워할 수만은 없는 캐릭터 만들어주셨다”고 말했다.
동시에 혜리는 사랑 앞에서 거침없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보기 드문 적극적인 여성이다. 이와 관련해 박은지는 “한 번도 먼저 대시해본 적이 없다”며 웃음 지었다. 오히려 정반대의 스타일이라 혜리에게 매력을 느꼈다고.
“연애엔 늘 신중해요. 특히 원래 알던 사람이 다가오면 ‘얘 왜 이러지’라는 기분부터 들어요. 소중한 친구, 오빠를 잃을 수 있으니까 조심스럽죠. 연애를 일단 시작하면 잘 하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그 전까지 너무 조심스러워서 혜리에게 매력을 느꼈어요. ‘그래 이거야’라고요.”
배우들이 자신의 직업에 큰 메리트로 느끼는 점 중 하나가 바로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박은지도 혜리 역에 몰입하면서 이 점에서 즐거움을 느꼈다. 실제로 그녀였다면 할 수 없었을 행동이었으니까. 그는 “불도저 같은 연애 스타일을 처음 만나서 대리만족했던 것 같다. 적극적으로 대시할 때 저도 쑥스러웠지만, 그걸 받아줘야 하는 임슬옹도 부담스러워 했다. 제가 훅 파인 ‘전투복’을 입고 나서니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더라. 몇 번 NG를 내긴 했는데 호흡이 되게 잘 맞아서 촬영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며 만족해했다.
특히 주목을 받은 건 김유정과의 케미스트리(조합)다. 두 사람은 톰과 제리를 연상케 하는 콤비로 극의 웃음 포인트가 됐다. 박은지는 “유정이가 자칫 미워 보일 수 있는 역이었는데 연기 내공이 있어서 그런지 표정도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사회생활을 오래해서 인사성도 바르다. ‘아이’라는 느낌보다 ‘동료’라는 느낌을 더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어리지만 저를 잘 이끌어주고 연기 선배님의 포스가 느껴졌다”며 웃음 지었다.
이처럼 배우들과의 호흡도 찰떡궁합이고, 배역에 스스로 애정을 갖다보니 기획 단계보다 분량이 늘어났다. 이쯤 되면 웹드라마계의 ‘신스틸러’다.
“기획단계에서 제 역할은 그렇게 비중이 크진 않았어요. 조연들은 주변 상황에 따라 분량이 많이 달라지죠. 감독님과 작가님께서 제게 많은 기회를 주셨던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을 통해 ‘은지도 연기를 할 수 있는 친구구나’라는 걸 보여주는 게 목적이었어요. 이 드라마에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재밌는 기회가 생겨서 좋았는데 기회를 자꾸 더 주시더라고요. 이것저것 시도할 수 있어서 좋았고 이번 기회로 스스로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박은지는 기상캐스터 출신답게 데일리 프로그램이 많고 연기도 병행하며 취미로 뷰티 블로그까지 운영 중이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녀의 현재 연애세포 상태는 어떨까.
“솔직히 어릴 땐 100% 타오르고 있었다면 지금은 여러 번 경험에 의해 연애세포도 많이 죽었겠죠. 세포 분화 속도도 그때보다 늦어졌을 거고. 예전에는 바로나갔다면 지금은 스스로 컨트롤하게 되는 시기니까 그런 것 같아요. 하지만 연애세포란 나이가 든다고 없어지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새로운 사람 만나는 건 늘 설레요.” / besodam@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