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쟤..너무 낭만적이다”
나라에 대한 원망스러움을 관아의 곡식 창고를 태우는 것으로 표현한 여자의 뒷모습을 보며 넋이 나간 남자가 말했다. 너무 낭만적이라고. 다소 엉뚱하면서도 독특한 성격이 드러나는 그 대사에 시청자들 역시 왠지 모를 끌림을 느꼈다. 바로 유아인표 이방원의 탄생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지난 19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는 마침내 조우하게 된 사룡, 이방원(유아인 분), 땅새(변요한 분), 분이(신세경 분) 그리고 무휼(윤균상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특히 지난 회 땅새와 정도전(김명민 분)이 세운 신조선의 계획을 본 이방원은 땅새, 즉 까치독사의 흔적을 찾아 헤매며 극을 이끌었다.
사실 유아인은 앞서 열렸던 제작발표회를 통해 그만의 이방원을 만들 것을 예고한 바 있다. 정확하게는 "이방원이라는 캐릭터가 이전의 드라마를 통해 참 많이 접했지만, 전작들은 젊은 시절이나 어린 시절 인간 이방원의 다양한 면모들이 다채롭게 그려지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라며 “제가 생각하는 이방원은 인간적이다. 작가님이 그려주시는 입체적인 캐릭터에 제 안의 다양한 면모를 끄집어내서 살을 붙이고 있다"라고 밝힌 것.
그리고 이날 본격적으로 등장한 이방원의 모습은 그의 말처럼 인간적이면서도 능글맞고, 그 와중에 상황 판단력이 몹시 뛰어나며 좌중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로 그려지며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케 했다.
특히 가까운 미래에는 호위무사, 그보다 더 먼 미래에는 적이 될 무사 무휼과의 만남에서 드러난 이방원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백성들이 가짜 왜구에게 납치됐다는 말을 듣고 자연스럽게 무휼을 자신의 호위무사로 삼으며 상인인 척 연기를 시작했다. 거래하는 척 무리들을 안심시켰다가 침입할 생각이었던 것.
하지만 그의 연극은 무휼의 허무한 실수로 발각됐고, 이방원과 분이, 무휼은 죽을 위기에 처했다. 잠시 당황하던 이방원은 곧 "모두 자신의 오른쪽 사람을 보고 베어라. 그리고 또 오른 쪽 사람을 베어 살아남는 자에게는 평택 평야의 절반을 내릴 것이다”라며 호기롭게 제안했다. 이때 무리들을 바라보는 이방원의 경멸 섞인 눈빛과 비릿한 웃음은 훗날 잔인한 군주로 거듭나게 될 태종을 예고하는 듯 했다.
한편 방송 말미 그려진 분이와 이방원의 관계는 다른 의미로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동생처럼 여기던 언년을 잃은 분이는 관아의 곡식 창고를 태우는 것으로 분노를 대신했고, 이를 보고 넋이 나갔던 이방원은 "쟤 너무 낭만적이다"라는 한 마디로 분이에게 반했음을 암시했다.
이처럼 유아인은 이미 여러 차례 입증된 바 있는 연기력은 물론,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젊은 이방원에 자신만의 색깔을 입히는데 성공했다. 시청자들은 ‘육룡이 나르샤’가 50부작인 덕분에 그의 연기를 오래볼 수 있어 기쁘다는 반응을 보일 정도. 신조선을 향해 함께 걸을 동료들을 만난 이방원의 도약은 이제부터다. 등장할 때마다 놀라움을 자아내고 있는 유아인이 앞으로의 전개에서는 또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육룡이 나르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