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돌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순간이 한 번씩은 꼭 찾아온다. 그런데 이 불가능한 상황이 현실이 된다면 어떨까. 심지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되돌릴 기회가 찾아온다면 말이다. 영화 ‘더 폰’(감독 김봉주)은 이 가정에서 출발한다.
주인공 고동호(손현주)는 변호사로 예쁜 의사 아내 조연수(엄지원)와 딸 경림(노정의)과 남부러울 것 없는 가정을 꾸려나간다. 그러나 아내가 집에 든 강도 도재현(배성우)에게 살해당하면서 비극은 시작된다. 1년 동안 동호는 경찰서를 들락날락거리며 그들이 범인을 잡아주길 바라지만 영화 속 경찰들은 무력하기만 하다. 동호는 ‘연수와의 약속을 지켰더라면’, ‘연수가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면’이라며 끊임없이 가정한다. 이 모든 것을 바꿀 기회가 온다. 매개체는 전파장애로 연결된 연수의 전화뿐이다. 2015년의 동호는 2014년의 연수를 움직여 결과를 바꿔나가기 시작한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냉소를 짓는 사람도 손현주의 눈을 보면 설득당할 것이다. 처절할 정도로 아내를 살리고 싶은 감정이 관객에 전달돼야 극중 동호가 죽도록 달릴 이유가 생긴다. ‘숨바꼭질’, ‘악의 연대기’에 이어 이번 ‘더 폰’으로 스릴러 3부작을 완성한 손현주는 역시 ‘스릴러킹’답게 등장만으로도 극도의 긴장감을 유발했다. 동호가 가만히 있어도, 설사 감동적 장면일지라도 분명 잠시 후 어떤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관객은 이미 긴장하고 있다. 관객 스스로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고 있는 것. 이처럼 손현주는 핏발 선 눈, 숨소리 하나도 허투루 볼 수 없는 배우라는 걸 다시 한 번 입증시켰다.
끄는 손현주에게는 미는 배성우가 있다. 이 영화를 보고 나오면 앞으로 배성우를 볼 때마다 흠칫 놀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영화 속 재현은 2014년의 연수와 2015년의 동호를 집요하게 추격한다. 인위적으로 깜짝 놀라게 하는 것보다 늘 재현이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함으로써 극도의 공포감을 조성한다.
스릴러지만 보고난 후 우울감이나 찝찝함이 들지 않는다. 영화는 긴장감 속에서도 곳곳에 위트가 돋보였다. 증거를 찾는 과정에서 아내의 동료에게 질투하며 내뱉는 욕 한 마디는 극도의 긴장 속에서 관객을 잠시 풀어준다. 핫한 배우 황석정과 손현주가 만나는 신도 그렇다. 믿고 보는 배우 손현주와 다크호스 배성우의 호연, 위트까지 겸비한 ‘더 폰’은 화끈하게 서울 한복판에서 펼쳐진 추격신을 즐기기에 충분했다.
한편 ‘더 폰’은 오는 22일 개봉한다. / besodam@osen.co.kr
[사진] '더 폰'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