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상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드라마 종영 이후 아직 하루 밖에 쉬지 못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나오는 뿌듯함 때문인지 편안하고 행복하게 느껴졌다. 마치 20년 전 첫사랑과 사랑을 이룬 차현석을 보는 듯 했다. 고등학교 때 좋아하던 소꿉친구와의 로맨스. 드라마 제목부터 애틋하고, 풋풋한 사랑 이야기가 연상되듯 ‘두번째 스무살’은 이상윤의 즐겁고 유쾌한 로맨스였다.
이상윤은 tvN 금토드라마 '두번째 스무살'(극본 소현경, 연출 김형식)에서 연극과 겸임교수 차현석 역할을 맡아 '츤데레 男'의 정석을 보여줬다. 이 드라마는 꽃다운 열아홉 세의 어린 나이에 덜컥 아이 엄마가 된 하노라(최지우 분)가 다시 한 번 스무살로 돌아가 대학캠퍼스를 누리는 이야기가 중심축인데, 이상윤이 첫사랑 노라에게 빠져 허우적거리면서도 겉으론 차갑게 구는 이중적인 모습으로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다.
이상윤은 19일 OSEN과의 인터뷰에서 “현석이가 노라에게 너무 웃으면서 잘해주는 것보다 툴툴거리는 모습이 매력있었다. 대놓고 항상 웃어주는 것은 너무 뻔하지 않나.(웃음) 그러다가 따뜻하게 변하는 재미가 있었다”면서도 “실제로 저는 현석이 같지 않다. 좋으면 잘해주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두번째 스무살'은 첫 방송부터 화제였다. 평균 3.8%, 최고 5.8%로 tvN 역대 금토드라마 가운데 가장 높은 시청률로 출발해 16회 연속 동 시간대 1위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마지막 회는 평균 7.6%, 최고 8.9%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포상 휴가도 받고 이런 적은 처음이다. 기분이 참 좋다. 시청률이 더 높이 올라가는 게 아닌가하는 걱정도 됐다.(웃음) 좋은 결과를 받고 끝이 나 다행이다.”
이상윤이 최지우와 알콩달콩한 케미스트리를 빚어냈기 때문에 이처럼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이상윤은 까다롭지만 마음은 따뜻한 차현석에 빙의된 듯한 감성 연기로 몰입도를 높였고, 최지우는 연민이 가는 하노라 캐릭터를 개성있게 표현하며 눈물샘을 자극했다.
그는 고된 촬영이었지만 최지우의 연기투혼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다고 했다. “3주 동안 매일 밤을 지새웠다. 최지우 선배가 (나오는 분량이 많아서) 거의 한 장면도 쉬지 않고 몰아 찍었다. 하지만 밝고 긍정적이셔서 늘 에너지가 넘쳤다. 새벽 4~5시에 끝나서 두 세 시간 뒤에 촬영을 재개해도 분위기를 끌어올렸다”면서 최지우 덕분에 많은 것을 배웠다고 밝혔다.
인터뷰 내내 이상윤이 말하는 목소리를 가만히 들으니, 정확한 발음과 어우러진 묵직한 저음에 따뜻한 울림이 있었다. 외모에 상반되지 않고 딱 맞아떨어진 그만의 매력이 있었다. 그에게 왜 이렇게 많은 여성 팬들이 있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마지막 회에서는 노라와 현석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다. 돌아가신 노라의 할머니 댁에 함께 가게 된 두 사람은 20년 전 묻어뒀던 타임캡슐을 열어봤고, 노라는 18살 때부터 현재까지 변함없는 현석의 마음에 반해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았다. 노라의 고백에 현석은 키스로 화합하며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했다.
“다들 그렇게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을 했는데 예상대로 됐다. (현석과 노라의 로맨스가)딱 적당했던 것 같다. 거기서 더 갔어도 싫어하는 분도 있었을 테고, 조금 덜 갔어도 아쉬워하는 분들이 있었을 것 같다. 작가님이 그 부분을 잘 조절해주셨다.”
그는 2007년 드라마 '에어시티'로 브라운관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드라마 '라이어 게임' '엔젤아이즈' '맨땅에 헤딩' '짝패' '신의 저울' 등에 출연하며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성 배우로 성장해왔다. 이번에는 ‘내 딸 서영이’에서 함께 호흡했던 소현경 작가와의 두 번째 만남.
이상윤은 ‘드라마가 잘 될 것이라고 생각했느냐’는 질문에 고민의 여지 없이 “예상했다”고 단언하며 “작가님이 주변의 반응을 살피면서 대본을 쓰시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엔딩을 설정을 해놓고 가시는 스타일이다. ‘서영이’ 때도 50회의 끝을 확실하게 정해놓고 가셨다. 그래서 배우들이 다르게 해석하면 내용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에 첫 리딩 때 코멘트를 많이 하신다. 작가님 덕분에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노라가 최지우 선배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미지가 맞아떨어졌다. 연기적으로 모자란 배우들도 없었다. 김형식 감독님에 대한 신뢰도 컸기 때문에 저만 잘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아름답게 흘러가는 화면 속에서 이상윤은 연기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어느 순간은 그냥 있는 듯 보였다. 그리고 묵직한 사랑을 했다. 이상윤의 모습은 잔잔한 울림을 남겼다./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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