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믿고 보는 사극 여신이다. 지금껏 이렇게 멋진 여자 캐릭터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배우 신세경이 표현한 분이는 시청자들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이방원(유아인 분)이 “쟤 너무 낭만적이다”라며 눈에 하트를 그려넣을 만 하다. 이방원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의 마음에도 불을 지른 신세경표 분이의 등장이 참으로 반갑다.
지난 19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신경수) 5회에는 성인이 된 분이(신세경 분)가 첫 등장했다. 분이는 어떤 핍박과 시련에도 꿋꿋이 다시 일어서는 백성이자, 여섯 용 중 유일한 여성 캐릭터로 열혈 민초를 대표하는 특별한 인물이다.
이날 분이는 권문세족의 수탈로 비참한 삶을 살던 중 정도전(김명민 분)의 뜻에 따라 황무지를 개간하며 새로운 길을 찾았다. 하지만 이마저도 또 다시 권력자들에게 수탈당하고 마을 사람들이 죽임을 당하자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분이는 여기서 좌절하지 않았다. 분이는 국법을 어겼다고 말하는 이방원의 뺨을 때리고 “당신 귀족들이 뭘 알아?”라고 일갈하며 민초들의 설움을 드러냈다. 400섬 중 백성들에겐 하루에 밥 두 숟갈 정도 먹을 양 밖에 안 되는 40섬만 돌아온다는 분이의 분노 어린 눈물 고백은 이방원뿐만 아니라 시청자들까지 숙연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분이의 “뭐라도 할거야. 살아 있으면 뭐라도 해야 되는 거니까”라는 마지막 말은 큰 울림을 남겼다. 긴 호흡이 요구되는 이 장면에서 신세경은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슬픔과 분노를 적절히 섞어내 자신의 진가를 스스로 입증해냈다. 왜 김영현 박상연 작가에게 세 번의 러브콜을 받았는지, 또 왜 ‘사극 여신’이라 불리는 지를 단번에 증명해낸 것. 신세경의 이 같은 물오른 연기력은 ‘육룡이 나르샤’를 더욱 재미있게, 또 깊이 있게 만드는 구심점이 됐다.
또 ‘패션왕’ 이후 다시 만난 유아인과의 연기 호흡 역시 일품이었다. 다소 격한 재회였고, 다음 방송에서도 두 사람은 악다구니를 쓰게 되지만, 곡간에 불을 지르고 잃어버린 길을 찾아 떠나는 분이를 보며 “쟤 너무 낭만적이다”라며 말랑말랑해진 심장의 설렘을 표현하는 이방원의 모습은 앞으로 분이가 보여줄 활약을 더욱 기대케 만들었다.
신세경은 ‘육룡이 나르샤’ 이전부터 사극만 출연했다 하면 높은 시청률과 존재감을 뽐내왔다. 2004년 SBS ‘토지’에서 경주 최씨의 가문 소유의 토지를 지키려나는 지조 있는 조선의 여인인 최서희를 연기했으며, 2009년 MBC ‘선덕여왕’에서는 선덕여왕의 언니인 천명공주의 아역을 맡았다. 또 2011년에는 SBS ‘뿌리깊은 나무’에서 천재성을 지닌 궁녀 소이를 연기해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단아한 외모와 똑부러지는 말투, 때 분장을 해도 절대 흐트러지지 않는 기개는 신세경의 강점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에 김영현, 박상연 작가 역시 “신세경은 가장 믿을만한 배우다. 주연급에서 세 번 같이 작품을 한 경우가 처음”이라며 “그래서 그런지 대본을 쓰다 보면 분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너무나 안정감 있고 믿음직한 배우”라고 신세경에 대한 절대적 신뢰와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데뷔 이래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장르 구분 없이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내며 20대 대표 여배우로 우뚝 선 신세경이 평범한 백성이지만 해야 하는 일은 하면 되는 것이라 믿고 이를 행하는 뚝심 있는 인물, 분이를 앞으로 더 얼마나 매력적으로 그려낼 지 관심이 쏠린다.
한편 ‘육룡이 나르샤’는 군주 이방원을 중심으로 한 여섯 인물의 야망과 성공 스토리를 다룬 팩션 사극이다. /parkjy@osen.co.kr
[사진] ‘육룡이 나르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