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드라마로 장사를 톡톡히 하고 있는 방송사는 단언컨대 MBC다. MBC는 수년째 주말드라마를 자극적인 막장 드라마로 배치하고 있고, 심지어 50부작 월화드라마로 막장 드라마를 즐겨 쓰는 손영목 작가의 ‘화려한 유혹’을 편성했다. 시청률은 단단히 챙겼지만 한국 드라마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범으로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MBC가 막장 드라마라고 의심 혹은 확신의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는 드라마를 여러 편 방송하고 있다. 자극적인 막장 드라마만 배치하는 아침드라마 ‘이브의 사랑’을 시작으로 주말드라마 ‘내딸 금사월’, 심지어 월화드라마 ‘화려한 유혹’까지 얼마나 더 자극적일 수 있는지 대결을 펼치고 있는 모양새다. 그나마 ‘화려한 유혹’은 극성이 센 이야기를 감성적이게 누그러뜨리는 김상협 PD의 ‘명품 연출력’ 덕에 막장 드라마의 기운을 상쇄시키고 있다.
MBC 막장 드라마의 특징은 약간은 웃음기가 가미돼 있다는 것. ‘이브의 사랑’과 ‘내딸 금사월’만 봐도 시청자들의 실소를 자아내는 지점이 매회 등장하고 있다. ‘이브의 사랑’은 악녀를 연기하는 배우의 과장 연기와 웃긴 설정이 인터넷에서 화제와 논란이 되고 있다. ‘내딸 금사월’은 ‘아내의 유혹’, ‘왔다 장보리’ 김순옥 작가가 집필한 만큼 출생의 비밀, 불륜, 심각한 갈등으로 인한 복수 등 막장 드라마의 3대 요소를 모두 갖췄다.
현재 ‘내딸 금사월’은 시청률 보증수표 김순옥 작가의 신작답게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동시간대 1위를 달리고 있다. 매회 신득예(전인화 분)의 위기와 돌파, 금사월(백진희 분)의 속터지는 답답한 행보, 악한 강만후(손창민 분)와 오혜상(박세영 분)의 짜증 유발 활약이 반복되고 있다.
무려 50부작인 이 드라마는 이 같은 매회 똑같은 설정이 펼쳐지고 있는데, 워낙 극성이 센 터라 주목을 끌고 있다. 이는 MBC가 ‘막장 명가’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에도 막장 주말드라마를 끊임 없이 편성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작비 대비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막장 드라마를 편성해 스스로 발전하지 못하는 안일하고 무책임한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 막장 드라마라는 말을 처음으로 탄생시킨 임성한 작가가 주로 MBC에서 작품을 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막장 드라마는 보통 시청자들을 설득시키지 못하는 파격적인 전개로 시선을 끈다. 드라마 이야기와 주인공들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욕하면서 보게 된다. 부족한 개연성은 제 아무리 고급스럽게 포장을 한다고 해도 완성도가 떨어지는 드라마라는 오명을 벗기 어렵다. 제 아무리 시청률과 화제성이 높다고 해도 막장 드라마가 단순히 눈요깃거리로 평가를 받고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은 어느새 장르가 된 막장 드라마가 한국 드라마계의 불량식품 같은 위해 요소를 갖고 있기 때문일 터다. / jmpyo@osen.co.kr
[사진]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