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한 작가가 SBS ‘신기생뎐’에서 주인공의 눈에서 레이저를 쏘게 만들었을 때까지만 해도 막장 드라마는 질이 한없이 떨어지는 황당무계한 작품이 많았다. 어이 없는 설정과 시청자들의 분노를 자아내는 이야기가 막장 드라마로 설명되던 시절과 달리 요즘 막장 드라마는 자극적인 전개를 내세우면서도 다소 완성도는 챙기려고 하는 ‘고급화 전략’을 펼치는 중이다.
막장 드라마가 진화하고 있다. 임성한, 문영남, 김순옥 작가를 필두로 막장 드라마가 수차례 방송되고 있고, 막장계 거목들을 본받고자하는(?) 작가들의 가세로 막장 드라마가 판을 치고 있는 것. 많은 막장 드라마들이 탄생하다 보니 점점 극성이 세지고, 막장 드라마가 아닌 척 숨기는 재주도 발전하고 있다.
현재 방송 중인 MBC 주말드라마 ‘내딸 금사월’은 MBC가 주말 드라마에 상당한 힘을 쏟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고급 막장’의 선두주자다. 김순옥 작가는 전작 ‘아내의 유혹’, ‘왔다 장보리’ 등을 통해 웃긴 설정이 가미된 막장 드라마를 잘써왔는데, 이번 역시 마치 시트콤을 보는 듯한 주변 인물들의 행동이 미쳐 날뛰는 악역들의 이야기를 누그러뜨리는 장치가 되고 있다.
월화드라마 ‘화려한 유혹’ 역시 고급 막장 드라마라고 분류할 수 있다. 정치판을 배경으로 천인공노할 인물들이 갈등을 만들고 음모가 매회 도사리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자극적인 이야기는 여운을 남기는 연출을 하는 김상협 PD의 감각적인 연출 덕에 고급스럽게 포장되고 있다. 손영목 작가의 개연성은 없지만 빠른 이야기의 매력과 김상협 PD의 감성을 자극하는 연출이 ‘고급 막장’으로 흥미를 자극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더욱이 이 같은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들 역시 기존 무명 혹은 신인들이 주로 출연하던 것과 달리 배우들의 면모도 화려해졌다. 그만큼 막장 드라마가 더 이상 특이한, 비주류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주류까진 아니더라도 말이다. 막장 드라마는 지극히 흥미 위주의 이야기다. 일단 시선을 끌 수 있는 이야기 전개로 시청자들에게 답답함이 해결됐을 때의 쾌감을 안긴다. 어느새 장르처럼 안방극장을 꾸준히 찾는데 있어서 방송사의 시청률 지상주의만 탓할 게 아닌 것. 이미 극한 이야기에 길들어진 시청자들은 밋밋한 일명 착한 드라마보다는 자극적인 막장 드라마를 선호하게 된 경향도 있다.
결국 막장 드라마의 흥행 불패 기록이 ‘고급 막장’을 만들었고, 다시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 이쯤 되면 하나의 장르로 인정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너무 허무맹랑한 주장은 아닌 듯 보여 더 씁쓸한 요즘이다. / jmpyo@osen.co.kr
[사진] MBC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