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한 떠났다고? 김순옥 있잖아 [막장 전성시대①]
OSEN 권지영 기자
발행 2015.10.20 09: 20

불륜과 출생의 비밀, 배신, 복수 등 강한 소재가 복합적으로 등장하면 흔히 '막장 드라마'라는 수식어가 붙어왔다. 하지만 소재만으로 '막장 드라마'로 치부하는 시대는 진즉 지났다. 아무리 극성 강한 소재라도, 현실감 있는 설정과 탄탄한 개연성을 바탕으로 시청자를 설득한다면 '웰메이드 드라마', '고품격 막장'이라는 칭호를 얻기 마련이다. 배우들 또한 막장 드라마를 한 장르로 받아들인다는 말을 왕왕할 정도다.
하지만 여전히 막장의 그 막장을 보여주는 작품이 안방극장에 여럿 있어 시청자를 놀라게 한다. 한 번에 이해하기 힘든 설정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 전개는 보는 이를 어리둥절하게 하고, 자극적인 화면이 시청자의 채널을 고정하게 하는 막장 드라마는 공감을 기반으로 하지 않아 감동으로 귀결되지 않으면서 불량 식품과도 같은 맛으로 호불호가 크게 갈리고 있다. 
# 영원한 막장 대모, 임성한 

'막장 대모' 임성한 작가는 지난 5월 종영한 일일극 '압구정 백야' 집필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해 큰 충격을 안겼다. 데뷔작과 단막극을 제외하고 줄곧 논란의 작품을 선보였던 임성한 작가는 10번째 작품 '압구정 백야'를 끝으로 은퇴한 것. 지난 7월 임성한 작가의 예능 장르 복귀 움직임이 포착되기는 했으나, 불발된 것으로 알려져 그의 행보에 촉각이 쏠리고 있다. 
임성한 작가는 본인의 작품을 통해 '임성한 월드'를 세울 정도로 본인의 뚜렷한 개성을 극에 담아내는데 탁월했다. 의미를 파악하기 힘든 댄스신, 조사가 과하게 생략된 대사는 기본, 독특한 세계관과 인간관이 시청자를 이해하기 힘들게 했던 것. '신기생뎐' 등장인물의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기 시작하더니 귀신이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해 본격적으로 시청자의 원성을 사기 시작했다. '오로라 공주'에서는 주인공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이 죽어 나가며 '임성한의 데스노트'라는 단어도 등장하는 등 점점 시청자를 설득하는 데 관심이 없는 듯한 모습을 보여 반감을 샀다. 
# 현역 막장 대모, 문영남 
문영남 작가는 매작품 끊임없는 논란을 몰고 다닌다. '수상한 삼형제', '조강지처 클럽'에 이어 '왕가네 식구들'에서는 자식을 편애하는 엄마와 다양한 인물의 불륜 설정이 끝없이 쌓이면서 시청자의 불만 목소리가 높아졌던 것. 마지막회에서는 무려 30년 후의 모습을 그려내면서 안방극장을 실소와 탄식으로 물들인 바 있다. 파격적인 엔딩은 문영남 작가이기에 가능했다는 반응도 상당수.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서도 논란을 먹고 사는 막장 드라마의 공식을 입증하듯 '왕가네 식구들'은 방송되는 내내 주말극 왕좌를 유지했다. 
문영남 작가는 SBS와 KBS에서 편성이 불발된 신작 '눈물로 피는 꽃'의 편성을 MBC와 논의 중이다. 엄마와 자신의 삶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 여자의 이야기를 다루는 드라마라는 평이한 설명이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또 얼마나 놀랄만한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벌써 관심을 끌고 있다. 기상천외한 전개로 늘 논란의 중심에 섰던 문영남 작가가 2016년에는 어떤 이야기를 보여줄지 궁금증을 유발한다. 
# 떠오르는 막장 대모, 김순옥 
SBS '아내의 유혹'과 '천사의 유혹'으로 '막장극' 시동을 걸고 지난해 MBC '왔다 장보리'로 정점을 찍었던 김순옥 작가는 현재 방송되는 '내 딸 금사월'에서도 쉽게 이해하기 힘든 설정을 하고 시청자를 찾고 있다. 얼굴에 점 하나 찍었다고 아내였던 여자를 못 알아보는 설정이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오며 센세이션을 일으켰기 때문에, 김순옥 작가는 이 설정을 '왔다 장보리'의 마지막회에서 다시 한 번 선보이며 본인의 시그니처로 활용해 웃음을 안겼다. 
하지만 '내딸 금사월'에서 비슷한 설정이 또 한 번 반복된 것은 무리수라는 지적이다. '내딸 금사월'에는 전인화가 가발을 쓰고 등장했는데, 멀쩡한 정신세계를 가진 백진희는 가발과 휠체어로 인해 전인화의 변신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전혀 다른 인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시청자들까지 설득한 건 아니었다. 때문에 '내딸 금사월'의 무게감은 급격히 가벼워졌고, 어디까지 공감하고 이해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운 상황이 전개되면서 개연성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jykwon@osen.co.kr 
[사진]MBC, 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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