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아인의 “쟤 너무 낭만적이다”라는 대사는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가 왜 재미있느냐고 묻는 이들에게 추천하는 명장면이 될 듯 하다. 이 한 장면만 봐도 이 드라마를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 ‘육룡이 나르샤’가 조선이라는 새로운 나라를 세우기 위해 기틀을 마련하는 여섯 명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다소 웃긴 설정을 가미해 흥미를 높이고 있다. 진중한 이야기를 재밌고 쉽게 풀어가는 제작진의 노력은 매회 시청자들이 예상 못한 순간에 웃음을 짓게 하고 있다.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는 역시 강했다. 이 드라마는 고려 말 혼돈의 시기를 넘어 새로운 나라를 세우고자 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정치란 무엇인지, 그리고 애틋한 남녀간의 로맨스를 다룰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는 ‘선덕여왕’, ‘뿌리 깊은 나무’를 집필한 김영현, 박상연 작가의 작품.
정통 사극처럼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재밌는 허구를 가미한 ‘팩션 사극’을 잘 만드는 작가들이다. 이들은 역사와 허구를 적절히 녹여 우리가 알고 있는 조선 건국 과정을 좀 더 박진감 넘치게 다루고 있다. 특히 초반은 정도전(김명민 분), 이성계(천호진 분), 이방원(유아인 분), 분이(신세경 분), 이방지(변요한 분) 등이 왜 조선을 건국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배경 설명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들이 각자 갖고 있는 사연들이 애달프고 설득력 있게 담기고 있다.
힘 있는 이야기 뿐만 아니라 중간 중간에 삽입돼 있는 웃긴 장치는 드라마의 몰입도를 높이는 요소다. 너무 무거운 이야기만 흐르지 않게, 인물들의 대사나 설정이 웃음을 유발하는 것. 이방원의 호위무사인 배우 민성욱은 유아인과 함께 귀여운 ‘브로맨스’를 형성하고 있다. 이방원의 아역을 연기했던 남다름과 마치 형제를 보는 듯한 우애가 지켜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성인 배우인 유아인이 등장하고 나서도 두 사람의 티격태격 형제애가 극의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유아인이 연기하는 이방원은 현대 로맨스 드라마에 자주 나올 법한 매력적인 재벌 2세의 모습을 띠고 있어 기존 정통 사극에 줄기차게 등장했던 카리스마 있는 군주 이방원의 색다른 면모를 즐길 수 있게 만드는 중이다. 유아인이라는 섹시한 매력을 가진 배우가 사극에서도 활기찬 힘을 보여주는 것은 ‘코믹 장치’의 힘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19일 방송된 5회에서 민초들을 괴롭히는 고관대작들에 대한 분노로 곡식 창고를 불태운 분이를 보며 “쟤 너무 낭만적이다”라고 엉뚱한 고백을 하는 이방원, 무술 실력은 뛰어난데 허술한 구석이 많아 매력적인 무휼(윤균상 분)의 행동 등이 무거운 이야기를 더 쉽게 보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제작진은 자칫 어려울 수 있는 이야기를 쉽고 재밌게 풀어가는 재주가 있는데, 이 같은 웃음 유발 장치들도 재밌고 쉬운 이야기의 한 몫을 하고 있다. 물론 기본적으로 6명의 용을 중심으로 큰 이야기를 끌고 가고, 그 속에 공감할 수 있는 인물별 이야기를 충실히 담았다는 게 ‘육룡이 나르샤’의 흡인력이 높은 이유가 되고 있다. / jmpyo@osen.co.kr
[사진] '육룡이 나르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