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이 아니었다면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 징용의 아픈 역사를 두고 두고 기억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을까. 한국 홍보 전문가 서경덕 교수가 강제 징용을 기억할 공양탑 재정비를 마친 사실을 알리면서 많은 이들에게 또 다시 큰 감동을 안기고 있다.
서경덕 교수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강제 징용 피해자들의 아픈 사연을 다룬 후 성금을 모아 공양탑 재정비 등을 하는 데 썼다고 알렸다. 방송에서 많은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던 방치돼 있던 공양탑이 빛을 볼 수 있게 된 것.
‘무한도전’은 지난 달 ‘배달의 무도’ 특집에서 강제 징용자들이 살았던 일본 우토로 마을의 아픈 역사와 조선인들을 핍박했던 하지마 섬의 숨은 진실을 알렸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하지마 섬의 경제 발전 이면에는 조선인들의 억울한 희생이 있었다는 것. 일본 근대화에는 조선인들의 크나큰 희생이 있었다. ‘무한도전’은 부끄러운 역사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 정부의 뻔뻔한 행보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아픈 역사를 두고두고 기억하며 역사 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당연한 자세도 갖게 만들었다. ‘무한도전’은 굳이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고, 하지마 섬을 답답하게 바라보고 피해자들에게 죄송하게 생각하는 하하와 서 교수의 모습을 방송하며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주제를 다뤘다. 역사를 잊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 ‘무한도전’이 다룬 중요한 이야기였다. '무한도전'은 그동안 역사 교육의 중요성을 다뤘다. 아이돌 가수들을 모아 역사 특강을 하며 감명을 안긴 바 있다. 정부에서 나서서 해야할 일을 고맙게도 예능에서 한다는 이유로 살아 있는 역사 교과서라는 호평을 받았다.
방송의 파급력은 컸다. 미처 알지 못했던, 알았지만 잊고 살았던 일제 강점기 피해자들을 기억하고 그들에게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한국 홍보 전문가이자, 세계에 일제 강점기 피해를 알리고 있는 서 교수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서 교수는 방송 후 다카시마 섬에 방치돼 있는 공양탑의 가는 길을 재정비하겠다고 나섰다. 그리고 실천했다.
서 교수는 방송 후 네티즌 후원금으로 다카시마섬 공양탑 주변 벌초와 안내탑 설치, 우토로 마을 역사관 건립 기부 등을 했거나 하겠다고 알렸다. ‘무한도전’ 방송과 서 교수의 실천은 강제 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높은 관심이 성금으로 이어졌고, 우리가 미처 관심을 갖지 못한 역사를 부각시키는데 일조한 것. 언제나 우리 사회가 잊지 말아야 할, 기억해야 할 가치를 환기시키는 ‘무한도전’의 공익적 행보가 다시 한 번 빛을 발한 순간이다. / jmpyo@osen.co.kr
[사진]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