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휴대전화 속에 저장된 번호가 수백 명에 달해도 딱히 연락할 곳이 없다. 내 손 안에 스마트한 컴퓨터로 심심할 것이 없지만 왠지 모르게 허전하다. 차가운 기계에서 인간 본연의 따뜻함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도 사람 대 사람의 부대낌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나 삭막한 도시와 달리 우리네 시골은 여전히 따뜻하고 정이 넘친다. 새 예능 ‘할매네 로봇’의 제작진은 새로운 도전을 감행했다. 이 감정 없는 차가운 로봇을 감성 충만한 시골로 가져가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선사하겠다는 것이다. 한 번도 시도해본 적 없는 ‘로봇 예능’이 안방극장을 강타할지 주목된다.
기획을 맡은 박종훈 PD는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진행된 tvN 새 예능 ‘할매네 로봇’ 제작발표회에서 “국내 최초 로봇 예능”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동안 시골을 배경으로 한 예능 프로그램은 많았지만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로봇이 주인공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PD는 “농촌에 로봇을 가져가 보면 어떨까하는 제작진의 얘기를 듣고 신선해서 시도해보게 됐다. tvN의 콘텐츠와 잘 맞는 것 같아서 하게 됐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tvN의 슬로건인 ‘글로벌’ ‘디지털’과도 맞아떨어진다.
이어 로봇 선정 기준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로봇인지 아닌지가 가장 큰 결정 요소였다. 방송에 적합한지도 따져봤다. 세상에서 가장 정이 많은 할머니와 전혀 그런 점을 찾을 수 없는 로봇이 만난 모습을 기대해 달라”고 자신했다. 실제로 이희준이 함께 생활하는 로봇은 무려 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배우 이희준은 허당기 넘치는 구멍 로봇 머슴이와 함께 장재님 할머니의 댁에서 머물며 시골 생활을 하게 된다. 또 개그맨 장동민은 귀여운 로봇 토깽이와 양계순 할머니의 댁에서, B1A4 바로는 가수답게 주크박스를 장착한 로봇 호삐와 양길순 할머니의 댁에서 지내며 로봇과 시골 생활을 즐길 예정이다.
사실 현대인들이 생활에 불편함이 없는, 편리한 도시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날이 갈수록 팍팍해지는 현실에 지쳐 외로움을 많이 느낀다. 많은 사람들과 정을 나눠야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데 막상 그러지 못해서다.
예능 ‘할매네 로봇’이 마음의 벽이 높아지는 사람들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아날로그 식 감정 표현을 하는 할매들과 로봇들을 만나게 해 따뜻한 감정을 선물해주겠다는 것이다. 사실 로봇을 대하는 시골 어르신들의 케미스트리도 기대해볼 만하다.
장동민은 이날 로봇을 통해 시골의 정을 느끼길 바란다며 “할머니가 처음에 로봇을 보고 놀라지 않으시더라. 나중에 여쭤보니 '진짜 놀랐다'고 말씀하셨다. 그동안 6.25 등 큰 일들을 많이 겪으셔서 로봇에 (저희가 볼 때)큰 반응은 없으셨다. 할매들이 이제는 로봇을 하나의 인격체로 생각하셔서 굉장히 잘해주신다"며 로봇도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감정을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혼자 사시는 시골에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또는 도시에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 감정을 나눌 수 있다고 본다”고 본방 사수를 요청했다.
그러면서 “시청자들이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할머니 할아버지 생각이 많아 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우리 '할매네 로봇'을 통해서 그런 모든 것들이 이뤄져서 대한민국이 훈훈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예능에 첫 도전한 배우 이희준도 눈길을 모은다. “사실 저는 연기만 좋아해서 예능은 본 적도 없고 관심도 없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희준은 “하지만 이 기획안을 봤을 때 너무나도 끌렸다. 처음에 시골에 내려가서 많은 카메라들이 저를 찍고 있는 것에 당황했고, 집으로 돌아와서도 가위에 눌릴 정도였다. 하지만 2번 정도 하고 오니 많이 익숙해졌다”며 “이 프로그램이 로봇 산업 발전에 엄청나게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고정 출연하는 로봇 머슴이, 토깽이, 호삐 이외에도 무궁무진한 로봇의 매력을 소개하기 위해 로봇 센터장으로 가수 강남이 투입됐다. 그는 새로운 로봇을 섭외하고 센터를 홍보하는 역할로서 신선한 재미와 활력을 불어넣을 예정이다.
장동민 이희준 바로 강남 등 네 사람과 기상 천외한 로봇들이 할머니들과 어우러져 어떤 재미를 줄지 주목된다. 21일 오후 11시 첫 방송되며 12주에 걸쳐 방송될 예정이다./ purplish@osen.co.kr
[사진]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