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원빈 두 배우가 영화 '신과 함께'의 캐스팅 이슈로 함께 이름을 올렸다. 하정우는 '신과 함께'에 출연하는 쪽으로, 원빈은 출연을 고사한 쪽으로다. 두 사람은 영화의 제작이 결정된 후 비슷한 시기 출연을 제안 받았고, 이에 대해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일은 원빈이 이미 3,4개월 전 출연을 고사했고 하정우가 일찌감치 주인공으로 내정됐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신과 함께'의 캐스팅이 어느 정도 가닥이 잡혔다. 재밌는 사실은 이 과정에서 볼 수 있었던, 너무나 다른 두 배우의 행보다.
하정우는 연기파 배우로 이름을 굳히게 만든 영화 '추격자'(2008) 이후 7년 간 쉴틈없이 다양한 작품에 출연해왔다. 장르불문, 배역 불문이다. 그 중에는 '멋진 하루'(2008)나 '러브 픽션'(2011) 같은 멜로, 로맨틱 코미디 장르도 있었고, '국가대표'(2009) 같은 대중적인 코미디 영화, '베를린'(2012), '암살'(2015) 같은 블록버스터 영화, '황해'(2010),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2011)처럼 범죄 영화도 있었다. 또 그는 '롤러코스터'(2013)나 '허삼관'(2014) 등의 영화에서는 연출자로도 재능을 드러내며 배우 겸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달기도 했다.
이처럼 많은 영화에 출연하는 사이, 하정우가 얻은 것은 잃은 것보다 많다. 물론 성적이 좋지 않은 영화도 있었지만, 일 년에 한, 두 편 이상 꾸준히 활동을 하다보니 연기 잘하는 대세 배우에서 '믿고 보는' 배우로 자신의 가치를 더 올릴 수 있었다. 그 사이 '암살' 같은 천만 영화도 등장했다. 대중적으로도, 배우로서도 이뤄낸 성과가 많다.
하정우가 '다작'으로 '믿고 보는 배우'의 가치를 증명했다면, 원빈은 '믿고 보는 배우'라는 입지를 지키기 위해 장고에 장고를 거듭하는 쪽이다. 현재 그는 2010년 '아저씨' 이후 차기작을 내놓지 않고 있는데 5년 간 여러 작품의 물망에 오르는 경우는 많았다. 노희경 작가가 집필했던 SBS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나 준비하고 있었다던 할리우드 작품, 이창동 감독의 영화 등이 그 예다. 드라마 외 영화들은 제작 자체가 무산이 됐다지만, 이후에도 원빈의 마음을 사로잡을만한 작품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원빈의 이 같은 신중함이 아주 이해못할만한 일은 아니다. 그는 '아저씨' 전에도 '태극기 휘날리며', '우리 형', '마더' 등의 작품에 출연했는데, 모두 흥행에서나 평에서나 좋은 성적을 거뒀다. 전작의 무게는 이 작품들을 통해 '꽃미남' 배우에서 '연기 잘하는 배우'로 거듭난 그의 부담감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하게 만든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원빈의 지나친 신중함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들리는 게 사실이다. 이는 무엇보다 '배우 원빈'에 대한 기다림이 컸기 때문인데, 그에 대해 '올림픽 배우'라는 말이 나오기까지 했으니 말은 다했다. 배우라면 작품으로 말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 비판들의 주된 논지.
서로 다른 선택에 대해서 무조건적인 비교를 할수는 없다. 각자의 상황과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두 배우 모두 대중의 선택과 사랑을 먹고 살아가는 배우이자 스타라는 점이다. 갑작스럽게 같은 선상에 이름을 올린 두 배우의 엇갈린 행보가 눈길을 끄는 이유다. /eujene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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