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리얼극장' 이파니, 이제 행복할 일만 남았네요
OSEN 박꽃님 기자
발행 2015.10.21 06: 52

떨어져 있는 세월 동안 엄마와 딸 사이엔 오해와 원망, 갈등이 쌓여만 갔다. 오로지 딸의 행복을 위해 어린 딸을 품에서 떼어낸 엄마와 그런 엄마에게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상처와 원망으로 자신을 괴롭히며 살아온 딸. 어렵게 재회했지만, 둘 사이엔 여전히 건널 수 없는 큰 강이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끊을 수 없는 엄마와 딸의 관계. 두 사람은 그들 사이에 놓인 모녀라는 다리에 조심스레 발을 내딛으려 하고 있었다.
지난 20일 오후 방송된 EBS ‘리얼극장’에서는 더 늦기 전에 서로의 속마음을 들어보려 필리핀 여행을 떠난 이파니와 어머니 주미애 씨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19살에 이파니를 임신하고, 가정에 소홀한 남편 대신 이파니를 키우던 엄마는 어머니가 생활고로 자살한 후 4명의 동생까지 떠맡으며 소녀 가장이 됐다. 자신보다 경제력이 좋았던 남편에게 보내면 좀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이파니를 맡겼고,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는 소식에 엄마는 안도했다.

이파니의 삶은 엄마의 기대처럼 순탄치 않았다. 미국 이민은커녕, 가정을 돌보지 않는 아빠의 곁을 떠난 이파니는 16살 때 집세가 밀려 집에서도 쫓겨나고 등록금을 내지 못해 고등학교도 중퇴해야 했다.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철저히 혼자인 삶이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텨나가던 중, 이파니는 플레이모델 선발 대회의 상금 1,000만원에 솔깃해 대회에 출전했고, 그렇게 연예계 데뷔를 했다.
그리고 TV에 나온 딸의 모습을 본 엄마는 연락을 해 왔다. 15년 만의 재회는 실망 그 자체였다. 당시 연예계를 은퇴하고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아 기르며 생활고를 겪고 있는 딸의 모습에 엄마는 “너 연예인이라서 되게 잘 살 줄 알았는데 가난하게 사는 구나”라는 말을 던졌고, 엄마에 대한 충격과 실망에 이파니는 연락을 끊고 살았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후, 이파니는 엄마에게 다시 손을 내밀었지만 여전히 두 사람은 마음을 터놓고 지내지 못했다.
함께 먼 길을 떠났지만 두 사람의 사이는 여전히 멀었다. 모녀라는 말 자체도 생소하다는 이파니는 엄마와 떨어져 멀찌감치 자리를 잡았고, 길을 걸으면서도 엄마보다 훨씬 앞장 서 나아갔다. 어색한 분위기를 깨 보기 위해 경치를 바라보며 한 마디씩 던지는 엄마의 말에도 돌아오는 건 침묵 뿐. 이파니의 마음속에는 쉽게 풀리지 않는 원망이 응어리져 있었다.
하지만 여행이 막바지를 향해가며 두 사람은 조금씩 멀어졌던 거리를 좁혀갔다. 엄마를 향해 원망 섞인 가시 돋친 말을 내뱉는 딸과 그 말을 죄인이 된 심정으로 듣고 있던 엄마는 조심스럽게 서로를 마주보기 시작했다. 엄마는 어쩔 수 없이 딸을 보내야만 했던 당시의 상황을 솔직하게 털어놓았고, 15년 만에 만나 자신이 내뱉은 말에 상처 받은 이파니의 마음을 따뜻하게 보듬었다. 이어 두 사람은 비로소 쌓여 있던 말을 나누기 시작하며 그들을 가로막고 있던 오해의 벽을 무너뜨려갔다.
엄마의 재혼 당시, 화환을 보내라던 엄마 가족의 문자를 받고 충격을 받았던 이파니는 그 날 이후로 더욱 마음의 문을 닫았지만 이는 엄마도 모르고 있던 사실이었다. 뿐만 아니라 딸을 버리고 자신의 삶을 위해 유학까지 왔다고 생각했던 엄마는 필리핀에서 생활하며 제대로 된 외식 한 번 못 해보고 어딜 구경하는 건 꿈도 꿔보지 못하는 삶을 살았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이파니는 어느새 “좀 잘 살지. 진짜 고생하면서 살았구나”라며 자신 못지않게 순탄치 않은 인생을 살아 온 엄마를 조금씩 이해했다.
이렇게 천천히 오해와 갈등을 풀어낸 두 사람은 마침내 함께 발을 맞추며 걷기 시작했다. 아무리 미워도 엄마라는 존재를 끊어낼 수 없었던 이파니는 “지금이라도 내 마음의 상처를 털어버리고 다시 시작하고 싶다”라며 엄마를 용서했고, 의도적으로 엄마를 밀어내고 마음을 닫고 상처를 준 지난 시간을 떠올리며 눈물 흘렸다. 이런 딸에게 엄마는 다가갔다. 함께 있어주지 못한 세월에 대한 미안함을 얘기하며 엄마 역시 눈물을 참지 못했고, 날 안아주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다는 딸을 꼭 끌어안았다. 그렇게 엄마와 딸은 떨어져 있던 긴 세월의 간극을 뛰어넘어 행복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 nim0821@osen.co.kr
[사진] ‘리얼극장’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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