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폰', 한국형 '아빠의 액션 스릴러' [더폰특집①]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5.10.21 07: 58

한국 영화에서 아빠는 '히어로'가 되기 힘들다. 아빠들은 대개 가족을 지키는 일 못지 않게 무거운 현실의 짐들을 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 영화 속의 아빠들은 홀로 악몽 같은 시련 속에 던져져 가족을 위해 사투를 벌이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무기력함을 한없이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존재다. 영화 '괴물'이나 '연가시', '관상' 등에 등장하는 아버지들의 모습이 그렇다. 
이는 영화 '테이큰' 시리즈, 다소 꽉 막힌 데가 있어도(?) 영웅에 가까운 '다이하드: 굿 데이 투 다이' 같은 영화에 등장하는 할리우드 아버지들과는 다른 느낌이다.
할리우드 영화 속 아버지들은 '액션 스릴러' 장르를 위해 태어난 듯 영화 속 사건들을 날렵한 몸짓으로 멋지게 소화해내는 영웅들이다. 이 영웅 아빠들 앞에서는 무시무시했던 악당들도 별다른 힘을 못 쓰고 제압을 당하고는 한다.

'더폰'의 주인공 고동호 변호사(손현주 분)는 역시나 전자에 더 가까운 인물이다. 대형 로펌에 속해 기업 전문 변호사로 이름을 알린 그는 자신이 변호를 맡은 기업의 이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이다. 그로 인해 평소에도 갖은 협박에 시달리던 그는 결국 자신이 확보한 결정적 증거를 노린 괴한의 공격으로 아내를 잃고 만다.
그렇게 소중한 가정이 파괴된 채 딸과 둘이 살아가던 고동호는 아내를 잃는 사건이 발생한 지 1년 만에 1년 전 당시와 똑같은 전화를 받게 된다. 그 전화의 주인공이 진짜 1년 전 아내임을 알게 된 그는 이를 통해 과거의 아내를 죽지 않게 도울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되고, 아내를 살리기 위한 사투를 시작한다.
멜로 영화에서 사용되고는 하던 시간 소재는 이 영화에서 좀 더 결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사용된다. 때문에 고동호의 모험 역시 조금 더 극적이고 짜릿하게 그려질 수밖에 없는데, 모험을 벌이는 그의 모습은 악당을 응징하는 '히어로'가 아니라 가족을 구하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이리뛰고 저리뛰는 보통 아빠의 모습이라 더 처절하고 애처롭다.
이처럼 처절한 아빠의 모습은 한국형 '아빠의 액션 스릴러'를 완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마치 현실 사회에서 아빠의 모습을 반영하듯, 손현주와 같은 '보통 얼굴'의 배우가 보여주는 영화 속 아빠는 철저히 혼자이며, 외롭다. 가족의 이해를 받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사건의 해결은 좀처럼 쉽지 않다. 
다만, 그 속에서 아빠 고동호는 자신의 무기력함을 확인하기보다 가족을 지키겠다는 집념 하나로 적과 싸울 뿐이다. 뭐라도 해보겠다는 그 처절함. 스릴감은 거기서 나온다. 고동호가 고도의 두뇌 회전이 가능한 변호사라는 점이 그를 지적이고 투쟁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효과가 없지 않으나 사실상 이 설정이 없어도 '아빠의 액션 스릴러'는 완성된다. /eujenej@osen.co.kr
[사진] '더폰'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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