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폰'의 손현주 사용법[더폰특집②]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5.10.21 07: 58

손현주라는 배우의 가장 큰 장점은 평범한 외모와 비범한 연기력을 동시에 갖춘 데 있다. 영화 '더폰'(김봉주 감독)은 그런 손현주의 장점을 제대로 활용한 작품이다. 믿을 수 없는 현실에 한 (평범한)중년 남성을 몰아 넣고는 그가 자신이 처한 비극에서 벗어나고자 사투를 벌이게 만든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역시나 배우의 역량이다.
영화 '더폰'은 아내가 살해당한 지 1년 후, 아내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은 남편 고동호(손현주 분)의 이야기를 그리는 스릴러 액션 영화다. 고동호는 과거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통해 1년 전 그날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고, 이를 위해 자신의 전부를 던진다.
손현주는 이번 영화로 벌써 연달아 세 번째 스릴러 영화를 찍었다. 그의 전작은 '숨바꼭질'과 '악의 연대기'. 모두, 센 설정과 그를 뒷받침하는 주인공의 연기력에 방점이 찍힌 영화다. 이번에도 이 같은 공식은 변하지 않았다. '더폰'은 역시나 가족을 지키기 위한 한 가장의 분투기를 그리며, 주인공 손현주의 연기력에 많은 부분 기댄 작품이다.

특유의 충혈된 눈으로 아내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손현주의 모습은 영화 속 고동호 그 자체다. 고동호는 과거를 바꾸면서 오히려 자신이 궁지에 몰리는 상황에 처하는데, 손현주는 이를 몰입도 높은 열연으로 그려냈다.
일상에 치여 무감각해져 있던 한 남자가 아내를 잃고, 또 되찾을 수 있는 기회를 얻으며 변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안정적인 삶을 위해 갖은 협박에 시달리는 기업 전문 변호사직을 놓지 못하고, 때로는 후배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아내의 전화를 무시하기도 하는 가장. 새벽녘이 돼서야 집에 들어간 그는 싸늘한 시체로 자신을 맞이하는 아내를 보고 절규한다. 그렇게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1년, 갑작스럽게 1년 전 아내로부터 전화가 걸려오고, 이것이 아내를 되찾을 기회임을 직감한 그는 아내를 살리고 범인을 잡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 다닌다. 손현주는 이 같은 고동호의 변화를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관객으로 하여금 그의 편에 서서 두 손을 쥐고 응원을 하게 만든다.
영화가 만들어 내는 스릴은 기발한 발상과 이를 전개하는 플롯에서도 나오지만, 연기자의 흡인력 있는 연기에서도 나온다. '더폰'은 유독 그런 영화다. 영화의 마지막까지 고동호가 처한 현실은 꼬이고 또 꼬이며 힘겨워 지는데, 이 때마다 위기를 이겨내는 고동호의 모습이 모종의 카타르시스를 준다.
고동호가 변호사라는 직업인인 사실은 그의 행동 반경을 넓혀주는 역할을 했다. 관객들은 이 평범하면서도 '스마트한' 변호사가 어떻게 잔혹한 살인범과 맞서 싸워가게 되는지, 그 과정을 관찰하게 되는데 여기서도 주어진 역할을 200% 해낸 손현주의 연기력이 큰 힘을 발휘했다. 더불어 손현주는 추격전과 액션 연기 등 물리적인 도전에도 몸을 사리지 않았는데, "한해 두해, 한달 두달 흐를수록 힘듦이 느껴졌다"는 본인의 말이 무색하도록, '아저씨 액션의 대가' 다운 면모를 보였다. /eujenej@osen.co.kr
[사진] '더폰'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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