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기사 이영자는 늘 밝고 유쾌하다.
보통 사람들은 자신의 손가락에 박힌 가시에 큰 고통을 느끼면서도 남의 괴로움이나 아픔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영자는 마치 자신의 아픔인 듯 온몸을 다해 함께 그 고통을 나눠주고 되레 기쁨을 선사한다. 방청객이 없이 온전히 MC와 게스트들만 존재하는 ‘택시’라는 공간에 게스트들이 속에 숨겨둔 자신의 이야기도 진솔하게 풀어낼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은 이영자다.
지난 2007년 9월 ‘택시’를 몰기 시작한 이영자가 지금까지 약 694명의 스타 손님들을 태워 10만km를 열심히 달려왔다(중간에 김구라에게 맡기기도 했지만). 이영자의 옆에서는 든든한 조력자 김창렬, 공형진, 오만석이 보조를 맞춰주며 재미를 배가했다.
토크쇼의 살아 있는 역사 ‘택시’가 지난 20일을 기점으로 400회를 맞았다. 이 프로그램은 지상파와 비지상파를 넘나드는 대표 인기프로그램으로 tvN의 개국 역사와 함께 한다.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오래 해먹었음(?)에도 불구하고 ‘택시’는 여전히 매회 방송시간마다 실시간 검색어 순위 도배시키는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런 게 바로 이영자의 힘이 아닐까.
시골 할매처럼 구수하고 인정 많은 영자 언니의 입담, 솔직한 성격 덕분에 택시에 탄 스타들은 무장 해제됐고,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모든 것을 쏟아냈다. 시청자들은 그것을 보고 재미와 감동을 느끼며 ‘택시’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400회에서는 MC 이영자와 오만석이 게스트로서 뒤에 탔고, 이들의 절친 홍진경과 김승우가 택시를 몰았다. 입장이 바뀌어 묘한 케미스트리가 빚어졌다. 이영자는 두 사람에게 택시 안에서 진행하는 비법을 알려주면서 “뒷자석에 타니 연예인이 된 기분”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홍진경이 질문을 시작했지만 이영자는 그 사이를 참지 못하고 진행 본능을 드러내 김승우에게 타박을 받기도 했다.
1일 MC들은 '택시‘가 스타들의 초호화 저택을 공개하는 것이 위화감을 조성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오만석은 “스타들을 모셔다 드리는 곳이 일터나 집이다. 안전하게 모셔다드리는 김에 겸사겸사 집 구경도 하는 것이다. 시청자 여러분들도 궁금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택시’가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콘텐츠 파워 톱10’안에 든다며 창립 이후 오랜 시간 함께 했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날 누가 MC인지 게스트인지 알 수 없었다. 서로 진행을 하고 거기에 대신 대답을 해주며 수다를 떠는 모습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MC의 역량이 이 프로그램의 재미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현재 ‘택시’의 변치 않는 인기의 일등공신은 이영자다. 지난해부터 다시 MC를 맡으며 프로그램의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그는 적재적소에 맞는 멘트와 진심을 다한 리액션으로 공감도를 높인다. 또, 그의 짝꿍 오만석은 진지하지만 맥을 끊는 ‘맥커터’ 정신으로 엉뚱한 면모를 과시하며 유쾌하게 프로그램의 균형을 맞춰나가고 있다.
뮤지컬 덕분에 오민석과 친해졌다는 김승우는 “첫 공연 이후 만석이가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더라. 그 때부터 함께 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오만석의 인간성을 칭찬했다. 한편 정육점, 권투 시합 등 각종 행사를 다니며 이영자와 친해졌다는 홍진경은 힘들었던 당시를 회상하며 “영자 언니가 저의 보호자였다“고 말하며 켜켜이 쌓아온 우정을 과시했다.
이날 이영자는 일과 사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김남주, 이영애, 김희애를 ‘택시’에 태우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가 밝혔듯 ‘택시’는 신속한 캐스팅과 촬영을 통해 시의 적절한 게스트를 선보인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이 세 사람도 조만간 ‘택시’에 탄 모습을 볼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영자는 늘 편안하다. 남이 아닌 자신을 깎아내리며 웃음을 선사하고, 존재만으로도 부드러운 분위기가 조성된다. 특유의 넉살과 셀프 디스, 재치 있는 입담으로 안방극장의 웃음을 책임진 이영자. 앞으로도 ‘택시’를 몰아주길 기대해본다./ purplish@osen.co.kr
[사진]'택시'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