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KBS 아나운서 김현욱이 21일 ‘복면가왕’에 출연해 화제를 모은 것과 관련, “짧은 순간이지만 ‘복면가왕’을 통해 잠재된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김현욱은 이날 오후 OSEN에 이같이 밝히며 “대중이 아나운서에게 바라는 모습이 있다. 우리가 아무리 웃겨도 개그맨이 될 순 없듯이 저는 앞으로 친근하면서도 지겹지 않은 방송인으로서 나만의 에너지를 유지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앞서 김현욱은 지난 18일 오후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복면가왕’에 출연해 15대 가왕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1라운드에서 아쉽게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함께 버스커버스커의 ‘처음엔 사랑이란 게’를 부른 니노 막시무스 카이저 쏘제 쏘냐도르 앤 스파르타가 65대 34로, 31표 차이로 이겨 2라운드로 진출했기 때문이다.
김현욱은 이날 태양의 아들 서커스맨이란 이름으로 무대에 올라 시원하게 올라가는 고음을 자랑하며 깊이 있는 목소리로 귓가를 자극했다. 맑고 청량한 ‘고급진’ 목소리로 여심을 훔친 그는 아나운서 출신답게 노래를 할 때도 정확한 발음과 발성이 돋보였다. 무대가 끝난 뒤 객석에서 큰 박수가 터져 나왔고, 사람들은 그의 정체에 궁금증을 쏟아냈다.
가장 먼저 알아차린 것은 김구라. 그를 향해 ‘방송에 목말라 있는 사람’이라며 김현욱을 의심했다. 하지만 가면을 벗기 전까지 알 수 없는 법. 김현욱의 주체할 수 없는 끼 방출이 시작됐다.
빠른 손놀림으로 봉고 연주 실력을 드러내더니, 회식자리 필수 덕목인 노래방 탬버린 강의를 이어갔다. 씨스타의 ‘shake it’에 맞춰 털기춤과 엉덩이 댄스로 웃음을 안겼다. 끝으로 솔로곡으로 이승환의 ‘덩크 슛’을 부르며 복면을 벗었다. 이날의 그는 점잖은 방송인이라기보다 개그맨에 가까워보였다.
김현욱은 ‘복면가왕’의 기획의도에 맞게 ‘전 아나운서’라는 편견을 벗어던지고 마치 날개를 단 듯 자신의 끼를 펼쳐 방송활동 15년 동안 고수했던 자신의 틀을 깨부쉈다.
김현욱은 이어 “저는 원래 밝은 성격이다. 그런데 복면까지 쓰니 더 신이 났다. 상대방이 나를 몰라보니까 익명성이 보장돼서 그런지 한층 더 솔직하고 과감해진 것 같다”며 “아나운서가 되고 회식자리에 자주 다니며 탬버린 치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했다”고 타고난 끼와 흥이 많다고 했다.
그는 이날 방송에서 MBC 예능 ‘마이 리틀 텔레비전’과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었다. 이에 ‘제작진으로부터 섭외 전화를 받았느냐’고 묻자, “아쉽게도 아직 연락이 없다. ‘마리텔’에서 스피치 강의를 잘 할 수 있는데 기회가 닿으면 보여주고 싶다. 제가 원래 혼자 노는 것을 좋아해서 재미있게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현욱의 꿈은 ‘다작’이 아닌, 김현욱하면 떠오르는 대표작을 만나는 것이다. 이것저것 출연해 시청자들에게 식상함을 안기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프로그램만 하더라도 꾸준하게 오래가고 싶다는 것.
“‘가족오락관’ 하면 허참이 떠오르지 않나. 저를 보여줄 수 있는 대표 프로그램을 만나고 싶다. 제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전국 노래자랑’의 MC가 되고 싶다.(웃음) 야외에서 사람들과 호흡하는 프로그램을 맡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김현욱은 KBS에 재직할 당시 ‘스카우트’ ‘생생정보통’ ‘체험 삶의 현장’ ‘도전! 골든벨’ ‘아침마당’ 등 간판 프로그램의 MC로서 안정적인 진행력과 예능감을 인정받아 소위 ‘아나테이너’ 시대의 시작을 알렸다./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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