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장르물 전문 채널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SBS는 올해 수사물 ‘미세스캅’, 메디컬 로맨스 ‘용팔이’, 팩션 사극 ‘육룡이 나르샤’ 그리고 수사 스릴러 ‘마을-아치아라의 비밀’까지 연달아 장르물 드라마를 내놓으며 평일극을 점령하고 나섰다.
특히 ‘용팔이’는 방송 6회 만에 시청률 20%를 기록, 최종회까지 20%대를 유지하며 괄목할만한 성적으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는 한 드라마가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사실에 그치지 않고, 방송가가 오랫동안 골머리를 앓아왔던 ‘시청률 가뭄’을 해소시켰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졌다고 말할 수 있다. 불법 왕진을 다니며 뛰어난 의술을 발휘하는 주원의 짜릿한 활약과 신비로운 매력의 재벌 상속녀 김태희와의 로맨스를 적절하며 섞었다는 점이 보는 이들로 하여금 빠져들게 만든 것.
‘미세스캅’ 역시 그간 여러 차례 다뤄졌던 수사물임에도 배우들의 열연과 생동감 넘치는 연출, 짜임새 있는 전개로 양질의 작품을 선보이는데 성공했다는 호평을 이끌어내며 연이어 장르물을 내세운 SBS의 자신감에 타당성을 더했다.
그 중에서도 극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던 김희애와 손병호의 싸움은 매회 누가 우위에 서냐에 따라 보는 이들의 짜증을 유발하기도, 통쾌함을 선사하기도 하며 잘 만든 수사극 장르의 본보기가 됐다. 또한 최종회에서는 해체됐던 강력 1팀이 다시 뭉치는 모습이 그려지며, 혹시 시즌2가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각각 ‘미세스캅’과 ‘용팔이’의 후속으로 출발한 ‘육룡이 나르샤’와 ‘마을’ 역시 장르물의 특성을 한껏 살린 작품으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우선 ‘육룡이 나르샤’는 앞서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의 프리퀄 격으로 고려말부터 조선 건국에까지 이르는 이야기를 다룬다,
무엇보다 ‘육룡이 나르샤’가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것은 김명민, 유아인, 신세경 등 화제성과 연기력을 모두 갖춘 화려한 출연진을 내세웠기 때문. 또한 팩션 사극이라는 장르에 걸맞게 역사적인 사실을 그리면서도 극 중간 코믹하면서도 진지한 에피소드가 적절하게 섞이며 잼이와 감동을 선사, 매회 자체최고시청률을 경신하고 있다.
‘마을’ 또한 수사 스릴러물이라는 장르적 특성을 최대한 살리며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시청자들로 하여금 매회 던져지는 수많은 실마리 중 맞는 것과 아닌 것을 가려내도록 하며 ‘셜록’에 빙의하게 만드는 것. 비록 동시간대 방송되고 있는 MBC ‘그녀는 예뻤다’와 KBS 2TV ‘장사의 신-객주2015’에 비해 아쉬운 성적을 남기고 있지만, 시청률과 상관없이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며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이처럼 SBS는 올 한 해 내놓은 드라마가 모두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두며 무서운 기세로 등장한 케이블 드라마와 웹드라마의 홍수 속에서도 지상파 방송이라는 이름값을 지키는데 성공했다. 그 중 이제 막 출발한 ‘육룡이 나르샤’와 ‘마을’은 단연 최고의 화제성과 작품성을 자랑하고 있는 중. 과연 두 작품 모두 마지막까지 좋은 성적을 내며 연이어 장르물을 내세운 SBS의 자신감을 살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S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