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고(故)신해철의 장 수술을 집도했던 서울 S병원 K원장은 업무상과실치사혐의로 열린 1차공판에서 검찰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는 21일 오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K원장에 대한 첫 번째 공판을 열었다. 이번 공판에는 피고인 K원장과 고인의 아내와 유족들이 참석했다.
검찰 측은 두 가지 혐의로 K원장을 기소했다. 첫 번째 혐의는 K원장이 수술시에 과실로 소장과 심낭에 천공(구멍)을 발생시켜 신해철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 혐의는 K원장이 수술 이후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한 사이트에 의사로서 취득한 고인의 민감한 개인 정보를 게시해 의사의 의무를 어겼다는 점.
K원장의 변호인 측은 K원장의 과실이 아니라 고인의 과실로 죽음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K원장은 수술 당시 소장 천공과 심낭 천공을 발견하지 못했고, 필요한 조치를 전부 취했다고 말했다. 이어 고인의 죽음에 직접적인 원인이 된 심낭에 생긴 천공의 경우 고인이 의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수술이 끝난 직후 음주와 식사를 해서 복막염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두 번째 혐의에 관해서도 K원장의 변호인은 "이미 유족이 언론에 제시한 자료이기 때문에 더 이상 비밀이 아닌 시점에 공개했다. 유족들이 언론을 통해서 K원장의 의사로서 명예를 훼손하고 존엄성을 침범했기 때문에 최소한의 방어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라고 검찰의 기소요지를 부인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K원장에게 심낭과 소장에 생긴 천공을 인지했냐는 질문을 했고 K원장은 수술 당시 인지하지 못했다는 답변을 했다.
재판이 끝난 뒤 K원장은 취재진에 "재판을 통해서 모든 사실을 밝히겠다"며 "재판이 시작됐다고 모든 사실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고 신해철의 아내 윤원희 씨도 재판에 참석했다. 윤원희 씨는 고인의 1주기를 앞둔 심경과 남은 가족들의 안부를 전했다. "벌써 1주기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1주기라서 많은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하다. 아이들이 힘들었을 텐데 잘 견뎌줘서 고맙다. 아이들과 유족들은 잘 지내고 있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검찰은 앞서 지난 8월 K원장을 업무상과실치사와 업무상비밀누설로 불구속 기소했다. 업무상과실치사와 관련하여 고 신해철을 상대로 위장관유착박리 수술을 하면서 소장과 심낭에 구멍을 발생시켜 복막염과 패혈증을 유발한 점, 이후에 발생한 복막염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지난해 10월 22일 서울 아산 병원으로 옮기기 전까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같은 달 27일 신해철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점을 들어 K원장을 기소했다.
업무상비밀누설죄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12월 초순에 고 신해철 사망사건과 관련해 인터넷에 고 신해철의 과거 수술이력 및 관련 사진 등을 임의로 게재한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고 신해철은 지난해 장협착 수술 20일 만인 10월 27일 저산소 허혈성 뇌손상으로 생을 마감했다. 고인의 아내 윤원희 씨는 장협착 수술을 진행한 S병원의 업무상 과실 가능성을 제기하며 병원장인 K씨를 상대로 경찰에 고소했다. /pps2014@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