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둘 때가 됐나, 이런 생각까지 했다".
NC 유격수 손시헌(35)은 시즌 초반 극도의 타격 슬럼프에 빠졌다. 3~4월 타율 1할2푼2리로 시즌을 시작한 손시헌은 5월 2할2푼6리로 살아나는 듯했지만 6월에 다시 1할8푼2리로 곤두박질쳤다. 6월까지 타율 1할7푼8리. 아무리 수비가 강한 손시헌이라도 타율이 너무나 떨어져 스스로 상당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하지만 손시헌은 7월 이후에만 3할8리의 맹타를 휘둘렀고, 시즌 타율은 2할4푼5리까지 끌어올렸다. 여세를 몰아 두산과 플레이오프에서도 3경기 11타수 6안타 타율 5할4푼5리 3타점으로 폭발하고 있다. 2차전 3타수 2안타, 3차전 5타수 4안타 3타점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NC의 2~3차전 2연승에 결정적인 활약을 했다.

손시헌은 "처음 3개월 동안 너무 힘들었다. 타격 성적이 나오지 않아 나 자신뿐만 아니라 그런 모습을 처음 본 집사람까지 힘들어했다. 해도 해도 너무 안 돼 '그만 둘 때가 됐나' 이런 생각까지 했다"며 "고비를 넘기고 나니 더 좋은 일이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깊은 시련에도 손시헌은 좌절하지 않았다. 김경문 감독은 "언젠가 해줘야 할 선수다. 작년에도 방망이가 조금 늦게 터졌었다. 격려도 처음 한두 번이지 계속 하면 본인에게 스트레스가 된다"며 "선수가 안 풀릴 때 감독은 말을 아끼고, 가만히 미소만 지어야 한다"고 믿었다.
김 감독은 손시헌을 빼지 않고 선발로 믿고 고정했다. 실제로 올 시즌 손시헌은 데뷔 후 가장 많은 140경기를 건강하게 뛰었다. 타격이 안 좋을 때에도 워낙 견고한 수비를 자랑해 주전의 가치가 충분했다. 김 감독의 확고한 믿음은 가장 중요한 포스트시즌 큰 경기에서 보답 받고 있다.
손시헌은 "믿어주시는 감독님께 정말 감사하다"며 "두산 시절에도 못하다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MVP를 받은 적이 있다. (주전으로) 경기에 못 나간다고 하더라도 어떻게든 팀에 보탬이 되겠다는 생각을 먼저 가져야 한다. 대수비라도 힘이 되고자 한다"는 말로 팀 퍼스트를 강조했다.
시련을 딛고 일어선 손시헌에게 플레이오프는 찬란한 가을 잔치가 되고 있다. 김경문 감독의 오랜 인내와 뚝심, 손시헌의 보답하고자 하는 의지가 만든 합작품이다. /waw@osen.co.kr

[사진] 잠실=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