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대사에 따르면 ‘아줌마 주제에 황당하게시리’ 예쁘지만, 어딘가 섬뜩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아함을 유지하다가도 순식간에 바뀌는 독기어린 눈빛은 '욕망의 불꽃' 당시의 강렬했던 그것과 다르지 않다. 평화로웠던 마을 아치아라에서 발견된 시체의 행적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인물, 신은경은 정말 장희진을 죽인 ‘괴물’이 맞을까.
신은경은 SBS 수목드라마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에서 창권(정성모 분)의 아내이자 해원 갤러리의 관장 윤지숙 역을 맡아 출연 중이다. 그는 누구나 한번쯤 돌아볼 만큼 우아한 외모와 아치아라 권력을 자랑하는 해원 철강의 사모님이라는 위치로 마을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인물.
하지만 그에게도 남모를 비밀이 있었다. 사실 윤지숙은 가난한 출생에 허드렛일을 전전하는 홀어머니와 아버지가 불분명한 성씨 다른 동생이 있었다. 아름다움과 피나는 노력으로 얻은 지성을 통해 마을 최고의 황태자 창권을 손에 얻는데 성공했지만, 그 이면에는 틈만 나면 그를 멸시하는 시어머니와 남편의 끔찍한 여성편력이 감춰져있었다.
그중에서도 윤지숙의 눈에 거슬렸던 존재는 바로 죽은 김혜진(장희진 분). 흔한 불륜녀와는 달리 김혜진은 창권과의 불륜을 직접 지숙에게 알렸고, 이에 분노한 지숙이 자신을 찾아와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맞섰다. 또한 지난 21일 방송에서는 지숙에 대해 “쓰레기 중에 진짜 쓰레기”라고 표현하는 혜진의 모습이 그려지며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궁금증을 높였다.
무엇보다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바로 윤지숙을 그려내는 신은경의 연기. 그는 연기력에 대한 칭찬이야 말해봤자 입만 아플 만큼 이미 여러 작품을 통해 입증된 배우지만, 이번 ‘마을’에서의 모습은 뭔가 다르다. 미스터리하면서도 단순해보이고, 무서워 보이면서도 연약해 보인다.
특히 이날 윤지숙은 아들 기현(온주완 분)에게 죽은 혜진에 대한 불안함과 초조함을 고백했다. 그는 “지독하다. 소름끼치게 끈질기다. 죽어서까지 나를 괴롭히니”라며 울부짖다가도 “그래도 죽었으니까 더 이상은 못 하겠지. 아무리 끈질겨도 이젠 죽어버렸으니까”라며 안도하는 듯한 표정을 짓는 모습으로 소름을 유발했다.
또한 방송 말미 혜진이 일하던 미술 학원의 직원을 통해 공개된 과거 회상 장면에서는 혜진과 지숙의 몸싸움이 공개되며 눈길을 끌었다. 창권과 혜진의 불륜을 알게 된 지숙이 그에게 달려들어 머리채를 잡은 것. 한참 몸싸움을 벌이던 중 혜진의 발에 맞은 지숙이 코피를 흘리며 혜진의 위에 올라탔고, 그 피는 혜진의 온 얼굴로 떨어졌다. 여기에 지숙의 광기 어린 눈빛이 더해지며 마치 혜진의 죽음을 암시하는 듯 했다.
이처럼 신은경은 미스터리 추리물이라는 ‘마을’의 장르적 특성을 가장 잘 살리는 인물로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극에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그가 정말 장희진을 죽인 듯 실마리를 제공하며 매회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극하며 눈을 뗄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마을’은 16부작 중 겨우 5회가 방송된 상태.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지기 까지는 한참이 남았다. 과연 신은경이 진짜 범인이 맞는지, 평화로움 속에 숨겨진 그와 장희진의 관계는 무엇일지 궁금증이 높아지고 있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SBS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