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생 납득이부터 원칙주의자 왕실 근위 중대장, 까칠한 셰프까지 연기만 했다하면 독보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내며 대중에게 자신을 각인시킨 배우 조정석이 이번엔 열혈 기자로 돌아왔다.
조정석은 영화 ‘특종:량첸살인기’에서 어제의 특종이 오늘의 오보가 되고만 기자 허무혁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그런데 독특한 점은 ‘특종’ 안에서 그가 연기했던 캐릭터가 모두 보인다는 점이다. 납득이의 코믹함, 은시경의 냉정함, 강셰프의 버럭 매력까지 모두 버무려진 캐릭터가 바로 허무혁인 것.
그는 지난 14일 OSEN과의 인터뷰에서 “연기를 할 때 뭔가 보여주려고 한다기보다는 보여지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연기할 때 ‘나만 집중 잘 하고 표현한다면 이 영화 재밌겠다’라고 접근하기 때문에 ‘나의 여러 모습을 보여줘야지’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영화 속에서 여러 가지 모습이 보였다면 그게 조정석이지 않을까요? 노덕 감독님도 저라는 배우의 그런 장점을 아시니까 저를 쓴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고요.”라고 말했다.
앞서 노덕 감독은 한 인터뷰를 통해 ‘조정석에게는 인간적인 매력이 있다. 허무혁이 주위의 압박 속에 악수를 자꾸 두면서 일이 자꾸 커지는 상황들을 웃음기 있게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조정석이다’라고 얘기한 바 있다.
“감독님이 얘기하신 게 바로 많은 분들이 저를 보시는 느낌일 것 같아요. 제가 조각미남은 아니잖아요. 옆집에 살 것 같은 친한 오빠 느낌이 들지 않나요? 그런 친근함이 저의 장점이에요.”
조정석은 작품에 임할 때마다 ‘빙의’라는 표현을 써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캐릭터와 놀라운 싱크로율을 보여주는 배우다. 이번에도 역시 사회부 기자라는 전문직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는 설명이다.
“전에 ‘9시 뉴스’를 많이 봤다고 말했었는데 그것뿐만 아니라 모든 뉴스를 유난히 많이 봤어요. 요즘에는 뉴스를 인터넷으로도 볼 수 있으니까. ‘특종’을 촬영하는 동안에는 유독 많이 찾아보고 리포터 분들의 진행도 유심히 관찰했죠. 그런 장면이 영화에 나오기도 하고.”
이번 조정석의 ‘특종’이 많은 주목을 받는 데에는 비단 기자로서의 변신 때문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그가 생애 첫 원톱 주연을 맡은 의미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연기에 큰 욕심을 가진 배우인 만큼 이에 대한 부담감도 만만치 않았을 터.
“어마어마한 부담감이 있어요. 아시다시피 언론 시사회 당시에도 엄청나게 긴장한 상태였거든요. 기자 분들이 나름 재밌게 보시는 것 같았는데, 질의응답 때 첫 질문이 무겁게 느껴져서 더 긴장했어요. 사진 속 제 얼굴도 굉장히 긴장돼 보이더라고요. 그런데 시간이 좀 지나니까 숙명적으로 받아들이게 됐어요. 그래서 여유로움이 느껴졌나 봐요.”
실제로 만난 조정석은 지난 2014년 개봉한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 당시보다 훨씬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특유의 재치 있는 입담과 연신 미소 짓는 얼굴이 보는 이들마저 기분 좋게 만들었다.
“항상 마인드 컨트롤을 해요. ‘긴장하지 말자. 부담 갖지 말자. 쫄지 말아야지’ 하죠. 사실 언론 시사회할 때는 진짜 쫄았거든요. 왜냐면 기자님들과 같이 앉아있는데 그 광경이 되게 느낌이 이상했어요. 많은 분들이 오셔서 취재하는 광경이 자리가 자리인 만큼 만감이 교차하더라고요.”
사실 조정석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는 영화 ‘성난 변호사’의 이선균, ‘더 폰’의 손현주와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 원톱이라는 부담감 위에 대선배들과의 겨루기라는 짐이 얹어진 셈.
“부담 진짜 많이 돼요. 두 분 다 되게 좋아하는 선배님이거든요. 같은 시기에 영화가 나온다는 부담보다는 ‘특종’에서 원톱이라는 자리가 너무나 조명이 많이 되면서 어깨가 무거워요. 그래도 예전에 뮤지컬 주연할 때를 생각해보니 이것도 이겨 내야할 부분이라고 생각되더라고요. 부담감에 절어서 주눅 드는 것보다 ‘에이씨 모르겠다’라는 느낌이 커요.”
앞서 언급했듯이 오로지 혼자 극을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엄청났지만, 그만큼 작품에 대한 애정도도 비례했을 터. 본인에게도 ‘남다른’ 의미를 가졌다고 밝힌 작품에 대해 조정석이 예상하는 흥행 수치는 어떨까.
“물론 기대를 안 할 수는 없죠. 그렇지만 흥행은 진짜 모르는 거거든요. 아무리 평이 좋은 영화라고 해도 흥행이 안 된 케이스를 봐왔던 터라. 그냥 기도하는 마음은 있어요. 기대하는 목표치는 손익분기점 200만 이상? 아니, 500만까지 갔으면 너무 좋겠다.(웃음)”
‘특종:량첸살인기’는 연쇄살인사건에 관한 일생일대의 특종이 사상초유의 실수임을 알게 된 기자의 오보대로 실제 사건이 발생하며 일이 점점 커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조정석, 이미숙, 이하나 등이 출연하며, ‘연애의 온도’를 연출했던 노덕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22일 개봉. / jsy901104@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