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수목드라마 ‘마을-아치아라의 비밀’(극본 도현정, 연출 이용석/이하 ‘마을’)은 한 번 보기 시작한 사람이라면 충분히 빠져들 수밖에 없는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비록 시청률은 5%대로 아쉬운 성적으로 내고 있지만, 단순 수치로 평가될 수 없는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반응을 얻고 있다.
‘마을’은 암매장되었던 시체가 발견되면서 평화가 깨진 마을인 아치아라의 비밀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드라마로, 한소윤(문근영 분)이 “누가 날 부른 것 같아”라며 아치아라로 입성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한소윤이 의도치 않게 암매장 당한 사체를 발견하면서 조용했던 마을이 발칵 뒤집히고 말았는데, 그 때부터 마을 사람들은 하나 둘 의심스러운 행동과 말을 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 사체가 2년 전 행방을 감춘 김혜진(장희진 분)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극은 더욱 의문 투성이가 됐다. 마을 사람들이 김혜진 얘기만 나오면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일 뿐만 아니라 모른 척 하거나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 그런 가운데 소윤은 과거 죽은 줄 알았던 언니 소정이 살아 있었음을 확인하는데, 점점 죽은 혜진과 언니가 동일인물일지 모른다는 의문을 품게 됐다.
윤지숙(신은경 분)부터 서기현(온주완 분), 남건우(박은석 분), 경순(우현주 분) 등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용의 선상에 오른 가운데 과연 김혜진을 죽인 범인은 누구이며, 이들이 감추고 있는 비밀이 무엇일지 궁금증이 날로 증폭되고 있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방송이 끝난 직후 시청자들은 관련 게시판을 통해 각자가 생각하는 범인과 그 이유를 게재하며 열띤 토론을 펼치고 있다. 또한 이렇게 재미있고 연기 잘하는 배우들만 나오는 드라마의 시청률이 5%대에 머물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과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헸다.
이에 대해 연출을 맡고 있는 이용석 PD는 21일 OSEN에 “기본적으로 지상파 드라마에서 시청자들이 요구하는 것들이 있는데, 선악 구도가 분명해야 좋아들 하시는 것 같다. 그런데 ‘마을’은 처음부터 제대로 따라와야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그래서 시청률이 생각보다 높지는 않은데 그래도 다운로드 횟수 등은 상당히 좋은 편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PD는 “또한 타 방송사 드라마가 이미 자리를 잡은 상태라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도 제작진과 배우들은 시청률 보다 완성도 높은 작품을 끝까지 만들어내겠다는 의지로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이 PD는 “‘마을’은 사실 불친절한 드라마다. 하나씩 조각을 맞춰가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중에 전체 스토리를 알게 되면 ‘아 그래서 그랬구나’라고 느끼실 것”이라며 “문근영 씨와도 ‘한 번 소비되고 마는 드라마가 아니라 시청자들이 다시 돌려보고 복기하는 드라마를 만들자’는 얘기를 하면서 의기투합을 했다. 분명 정상적인 스토리텔링은 아니지만, 나중에 보시면 현재의 의문들이 모두 이해가 되실 거다”고 극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이 PD는 배우들 역시 시청자들과 마찬가지로 범인을 알지 못한 상태로 연기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배우들이 현재 10부 대본을 받은 상태긴 하지만 아직도 범인을 모르고 있다. 문근영 씨도 몰라서 계속 추리를 하는데 저희 제작진을 얼마나 귀찮게 하는지..(웃음)”라며 “배우들에게는 연기할 때 필요한 만큼만 알려주고 있다. 그래서 배우들도 시청자들과 똑같은 입장에서 범인을 추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park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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