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수요미식회', 앉아서 입만 털어도 식욕 자극하네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5.10.22 10: 46

‘수요미식회’는 참으로 tvN스럽다. 독창적이고 신선함을 추구하는 방송사의 성격에 맞아떨어진다는 말이다. 이 프로그램은 ‘먹방’에 이어 ‘쿡방’이 안방극장을 범람한 시대에 맛집을 소개하며 먹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스토리텔링 기법을 이용해 방송을 보면서 맛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자연스럽게 먹방을 접할 수 있는 구조로 구성돼 있다.
스튜디오에서 시끌벅적하게 음식을 만들지 않고 약을 올리며 얄밉게 먹지 않아도, 가만히 앉아서 입만 ‘터는’ 방식으로도 재미를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대부분의 요리 프로그램이 맛있게 음식을 먹는 모습으로 시선을 모으고 있는 반면 ‘수요미식회’는 과감한 차별화로 시청자들의 눈에 든 것이다. 이른바 '신개념 먹는 방송'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1월 21일 방송을 시작한 ‘수요미식회’는 스타들을 불러놓고 다양한 음식을 주제로 토크를 벌이고 있다. 먹방이 아니라 토크쇼 같다. 지금까지 ‘마성의 칼국수’ ‘치느님’ ‘설음식 만두’ ‘이탈리아 파스타’ ‘탕탕탕 탕수육’ ‘왕자 돈가스’ ‘뽀얀 설렁탕’ ‘밥도둑 간장게장’ ‘황태자 팥빙수’ ‘끝판왕 스테이크’ 등 듣기만 해도 침샘을 자극하는 음식을 소개했고, 맛으로 유명한 부산 전주 제주도 통영으로 떠난 지역 특집을 선보이며 시청 욕구를 자극했다.

직접 음식을 먹지 않기 때문에 맛을 경험한 사람들의 ‘진짜 평가’가 필요한데 방송가에서 ‘입을 잘 털기’로 소문난 신동엽과 전현무를 MC로 내세운 것도 성공적이었다. 우리도 아는 맛을 두 사람이 어떻게 소개하고 평가할 것인지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두 사람의 차진 호흡이 보고 즐기는 재미를 높인 것이다. 더불어 황교익 이현우 등 고정 패널들도 자신의 위치에서 선방하고 있다.
신동엽의 타고난 개그감은 말할 것도 없고 ‘대세’로 떠오른 전현무의 진행력도 단연 돋보인다. 그는 방송 전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칭찬 일색의 프로그램이 아니다. 맛없으면 ‘맛없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방송이 될 것”이라고 기존의 음식 방송과 차별점을 꼽은 만큼 ‘수요미식회’의 기획의도를 제대로 살리고 있는 셈.
가령 김치찌개 편에서는 김치에 서린 각자의 추억과 미묘한 입맛 차이로 인해 갈리는 평가가 다양하게 쏟아져 나왔다. 한국 사람이라면 어릴 때부터 먹어온 흔한 김치찌개가 ‘수요미식회’를 통해 집중적인 관심을 받으며 새로운 음식으로 떠올랐다. 지난 21일 방송에서는 신화 김동완과 빅마마 이영현이 돼지갈비를 소개하며 한밤중 곤히 잠들어있던 식욕을 깨웠다.
‘수요미식회’의 MC를 비롯해 일일 스타 게스트까지 그 날 소개할 맛집을 미리 가서 맛을 보고난 뒤에 평가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살아있는 맛 평가가 나올 수 있는 것. 경험이 녹아든 평가가 맛집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을 이끌어내면서 입맛을 다시게 만드는 것이다. 먹방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 ‘수요미식회’가 잠자든 미식 DNA를 깨우길 기대한다./ purplish@osen.co.kr
[사진]'수요미식회'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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