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은 지상파 3사가 야심 차게 준비하는 파일럿 예능프로그램의 살 떨리는 경연장이다. 명절에 안방극장을 잡으면 가을 개편에서 정규 편성 여부가 결정되는데, 이번에는 예능 명가 MBC가 두 편의 프로그램을 안방극장에 연착륙하는 데 성공했다. KBS와 SBS는 아직 무소식이다.
MBC는 22일 '세바퀴'와 '경찰청 사람들' 후속으로 '능력자들'과 '위대한 유산'을 유력하게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설 연휴 당시 인기를 끌었던 '마이 리틀 텔레비전'과 '복면가왕'을 정규 편성해 안방극장에서 큰 사랑을 받는 MBC는 이들 프로그램의 신선도가 여전한 가운데 또 한 번 신상 예능을 출시해 시청자의 이목을 확실히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능력자들'은 '나 혼자 산다'를 기획하고 연출했던 이지선 PD가 선보인 프로그램. '세상은 넓고 덕후는 많다-본격 덕질 장려 프로젝트'라는 독특한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워 우리 주변 숨은 능력자들을 찾아 그들의 능력을 공개하고 현대인의 취미생활을 장려하는 구성으로 시선을 끌었다.
김구라, 유세윤, 엑소 백현 등이 MC를 맡았던 시범 방송에는 오드리 헵번 덕후 임정도 씨, ‘무한도전’ 덕후 추재원 씨, 치믈리에 자격증 소유자 치킨 덕후 서보근 씨, 사극 덕후 송진호 씨 등 자신이 관심을 쏟고 있는 한 분야에 대해 상상을 초월하는 지식과 연륜을 보유한 4명의 덕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색다른 일반인 예능 프로그램으로 웃음을 안긴 바 있다.
정규 편성이 확정된 '능력자들' 제작진은 현재 덕후를 매의 눈으로 판정해줄 덕후 판정단을 모집하고 있다. 첫 방송 날짜는 미정이다. '능력자들'이 장수 예능프로그램 '세바퀴'의 뒤를 이어 '불금'의 분위기를 바꿀지, 관심을 끌고 있다.
'위대한 유산' 또한 '경찰청 사람들 2015' 후속을 논의 중이다. '위대한 유산'은 KBS 2TV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 SBS '일요일이 좋다-아빠를 부탁해' 등 가족 예능을 만드는데 일가견이 있는 제작사 코엔의 새로운 작품. 가족 예능의 따뜻한 감동과 함께 풍성한 의미를 전한 이 프로그램은 억지로 눈물을 짜내려는 신파적 코드 없이 진행된 다큐멘터리 스타일로 호평을 끌어냈다.
반면 2013년 '슈퍼맨이 돌아왔다'로 초대박을 터트린 KBS는 이번 추석 연휴 선보인 세 개의 프로그램 가운데는 정규 편성 소식을 전하지 않고 있다. 유희열, 정형돈, 유병재의 만남인 '여우사이'는 라디오 생방송을 진행한 것만으로도 큰 관심을 받으며, TV와 라디오 매체의 장점을 결합, 훈훈한 감성에 재미까지 잡아 호평을 끌어냈는데, 정규 편성 여부는 안갯속이다.
또 전현무의 KBS 복귀작인 '전무후무 전현무쇼'는 1인 미니멀라이즈 방송으로 최저 예산, 최소 세트, 열린 포맷, 1인칭 전지적 전현무 시점이라는 색다른 콘셉트를 지향해 독특한 웃음을 안겼지만, 논의에서 제외됐다. 패션 예능 '네 멋대로 해라'도 웃음의 밀도를 높여 3개월 만에 다시 시험대에 섰지만, 정규 편성은 끝내 불발됐다.
SBS도 감감무소식이다. 다만 SBS는 2013년 설 특집 파일럿 방송으로 첫선을 보였던 ‘주먹쥐고 소림사’의 정규 편성을 새롭게 확정했고, 상반기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백종원의 3대천왕' 등을 새 프로그램을 편성해 안정궤도에 올라섰던 터라 MBC와 KBS에 비해 적은 수의 새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그 가운데 '심폐소생송'은 한 시대를 풍미한 가수의 잊힌 곡들을 재발견하며 당시의 추억과 감성을 되살린 포맷이 시청자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는 평을 얻었는데, 정규 편성 여부는 미지수다./jykwon@osen.co.kr
[사진]MBC, KBS, SBS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