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JTBC의 보도를 시작으로 또다시 국내 음원 사이트 내 사재기 논란과 추천 서비스 폐지 목소리가 들끓었다. 가수 박진영, 이승환, 양현석까지 공식석상에서 가요계 내 병폐를 꼬집었다.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각 분야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고자 했다.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매직스페이스 다목적홀에서 '디지털 음악산업 발전 세미나'가 열렸다. 이는 지속 발전하고 있는 디지털 음악 산업을 조망하고, 음악 산업 발전을 위한 환경 조성에 필요한 주요 아젠다에 대해 토론하고자 마련된 자리였다.
음악 업계의 중요 화두인 '음악 추천 서비스', '음원 사재기'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졌다. 이 자리에서 경희대학교 김민용 교수는 "음악 서비스 추천곡 제도를 폐지 혹은 개선해야 한다. 이는 낙하산이고 특혜다. 추천곡 제도 때문에 공정성이 훼손됐고 끼워팔기로 차트가 왜곡된다"고 주장했다.
연구 결과 실제로 차트 100곡 위에 살포시 자리한 추천곡들은 소비자가 의도치 않게 재생목록에 담아 듣곤 했다. 자동 담기 기능이 없어졌다 하더라도 어느새 플레이리스트 중간에 끼어져 있기도. 이 곡은 시간이 지날수록 차트 상위권에 안착해 폭발적인 클릭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악순환이 차트를 왜곡시키는 셈이다.
김 교수는 "음원 사이트가 추천곡을 선정할 때 특혜를 주지 않았다는 걸 입증해야 한다. 유통사가 정보 공개를 통해서 공정성을 확보해야 추천 제도에 대한 논란이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논의 덕분이었을까. 엠넷닷컴을 운영하고 있는 CJ E&M 음악사업부문이 가장 먼저 변화의 움직임을 꾀했다. 이들은 21일 "공정차트 문제를 유발하는 '끼워팔기형 추천 서비스'를 자사 서비스에서 이른 시일 내에 삭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안석준 대표는 "엠넷닷컴이 음악서비스 2위권 사업자인 만큼 현재의 정체된 음악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고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기 위한 대승적 결단을 내리게 됐다. 그동안 음악 기획사들이 지적해 왔던 문제점들을 적극 수용해 음악 시장 환경 개선에 앞장서는 한편, 엠넷닷컴을 상생 플랫폼으로 변모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힘줘 말했다.
엠넷닷컴의 변화 덕에 음악 산업 내 긍정적인 움직임이 일어날 거로 기대를 모은다. 앞선 세미나에서 전문가들 대부분이 현 가요계와 음악 사이트 내 고질적인 문제점을 함께 느끼고 대책을 마련해 보자고 뜻을 모았기 때문.
하지만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 박진규 대외협력실장은 "제작자는 내가 만든 콘텐츠를 알려서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게 중요하다"며 "한정된 공간이라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지만 추천 한 가지의 효과로 순위 결과가 나오는 건 아니다"고 조심스러워했다.
현재 업계 1위는 멜론이 차지하고 있다. 음원 소비자 절반 이상이 멜론 유저이기 때문에 섣부른 변화를 꾀할 수 없을 거라는 게 보편적인 시선. 그러나 로엔 측 역시 소비자를 1순위로 두고 최대한 공정한 음원 차트를 완성하겠다고 약속했다. 계속해서 논의하고 더 좋은 방안을 찾겠다는 의지였다.
천천히, 조심스럽지만 어쨌든 음원 사이트가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당장 모든 게 올바른 쪽으로 돌아서진 않겠지만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을 찾으며 함께 행동하고 있는 가요계다. /comet568@osen.co.kr
[사진]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CJ E&M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