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톡톡] ‘자기야’, 300회까지 쉬지 않고 달린 무공해 예능의 힘
OSEN 정소영 기자
발행 2015.10.23 09: 56

‘자기야’가 300회를 맞이했다. 무려 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쏟아지는 신상 예능과 쟁쟁한 경쟁 프로그램 속에서도 꼿꼿이 한 길만을 고수하며 달려올 수 있었던 데에는 자극과 억지가 없는 ‘무공해’의 힘이 크다.
‘자기야’는 지난 2009년 다양한 스타 부부가 출연해 결혼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쇼 형식인 ‘스타부부쇼 자기야’로 출범한 뒤, 2013년 개편을 맞아 ‘백년손님’으로 제목을 바꾸면서 유부남들이 장모와 함께 24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담는 관찰카메라 형식으로 변화를 줬다.
그리고 이 변화는 ‘자기야’에게 많은 것을 안겼다. ‘강제 처가살이’라는 신선한 소재와 개성이 뚜렷한 장모들의 캐릭터로 시청자들에게 어필하는데 성공하며 무려 27주 연속 동시간대 1위라는 대기록을 완성한 것. 또한 지난 22일 방송된 300회 특집 역시 동시간대 방송된 KBS 2TV ‘해피투게더’(3.9%), MBC ‘경찰청사람들 2015’(5.45%)를 제치고 시청률 8.4%(닐슨, 전국기준)을 기록하며 기록을 이어갔다.

이는 ‘자기야’가 점점 더 빠르게 바뀌고 있는 예능 트렌드 속에서도 꾸준한 인기를 자랑한다는 것을 의미함과 동시에, 많은 에너지를 요하지 않고 보기에 편안한 방송으로 고정 시청층을 이끌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특히 이날 방송에서는 300회를 맞아 남재현의 장모 이춘자, 이만기의 장모 최위득, 박형일의 장모 박순자 등 장모 3인방이 스튜디오에 등장해 재미를 높였다. 세 사람이 한 자리에서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으로 각자 캐릭터가 드러나는 입담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전문 예능인처럼 능수능란한 토크는 아니었지만, 오히려 꾸밈없는 모습과 거침없이 쏟아지는 폭탄발언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 것.
또한 부산으로 떠난 마라도 박형일과 해녀장모 박순자 여사의 여행기에서는 ‘자기야’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가 담겨있었다. 바로 점차 가까워지는 사위와 장모의 관계. 박형일은 난생 처음 지하철을 타본다는 장모에게 “지하철은 원래 신발을 벗고 타야 한다”며 장난을 치다가도, 시장부터 놀이공원까지 구경시켜 주는 등 자상한 면모를 뽐내기도 했다.
그간 미디어를 통해 고부 관계, 즉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는 여러 방면으로 다뤄진 바 있지만 상대적으로 장서 간의 모습은 보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자기야’는 ‘사위 강제 처가살이’라는 명목 하에 가깝고도 먼 사이였던 사위와 장모(장인)이 점차 변화하는 모습을 그리며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긴다는 기획의도를 담아냈다.
스타MC도 화려한 패널진도 없지만 마치 오래된 집에 온 것처럼 푸근한 프로그램의 분위기와 각자 뚜렷한 개성을 가진 사위와 장모의 캐릭터로 300회까지 달려온 ‘자기야’. 장서 갈등에 대한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게 하는 효과뿐만 아니라, 무공해 웃음으로 시청자들의 수요일 밤을 책임지는 그 모습 그대로 오래도록 볼 수 있길 기대해본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SBS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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