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개그감 넘치는 가상부부가 있나. 방송인 윤정수와 김숙이 애정은 싹 빼고 웃음기만 남은 커플로 시청자들의 웃음을 책임지고 있다. 불타는 첫날밤은 정말 불에 탈뻔 했으며, 볼을 한 번 어루만졌다가 고소를 당할뻔 했다. 달달한 장면이라곤 연출될 수가 없을 것 같은 철벽커플에게도 사랑은 싹틀 수 있을까.
지난 22일 오후 방송된 JTBC ‘님과 함께 시즌2 –최고(高)의 사랑’(이하 ‘님과 함께2’)에서는 윤정수와 김숙 커플이 살림을 합치는 장면이 그려졌다. 이날 두 사람은 부부로서의 첫날밤을 기념하기 위해 삼겹살 파티를 열었으나 예상치 못한 말 그대로 ‘불타는 첫날밤’을 보내게 됐다.
윤정수와 김숙은 오랜 기간 선후배 사이로 지내왔다. 남녀의 정이라곤 싹틀 수 없는 사이였고, 지난 1회에서 처음 만났을 당시 서로의 정체를 확인하고 ‘멘탈 붕괴’에 빠질 정도로 실망했다. 애초에 시청자들은 두 사람의 관계를 알고 있었다. 이들이 가상결혼 프로그램 하나 시작했다고 갑자기 애틋해지는 모습을 이해하기도 힘든 게 사실이다. 때문에 이들의 노선은 예능이었다.
예능커플 답게 살림을 합치기 전 말도 안 되는 조항들로 혼인계약서를 작성했다. 특히 여기엔 ‘서로 사랑에 빠지지 않기’ 등 철벽방어 조항이 실렸다. 윤정수는 가상결혼 생활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김숙을 철벽 방어했다. 오히려 김숙은 커플 잠옷을 입고 윤정수에게 “커플 잠옷 입어본 적 있냐”고 물었고 말을 하지 못하는 윤정수의 목을 조르며 질투했다. 뿐만 아니라 달달한 음악을 틀며 분위기를 잡으려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를 방어한 건 윤정수다. 윤정수는 “설마 나랑 달달한 거 생각하는 거냐”며 질색했고 김숙은 “그럼 안 돼?”라며 윤정수의 뺨을 쓰다듬었다. 이때 윤정수는 “무슨 짓이야? 고소할 거야. 계약서 보고와”라고 정색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숙의 반응 역시 계약서를 보고 잠잠해졌다는 것이 웃음을 더했다.
또 방송 말미에 김숙을 걱정하는 윤정수의 모습에 로맨스의 가능성이 보이는 듯 했으나 어쩐지 전우애가 느껴졌다. 해당 장면에서 김숙은 삼겹살을 굽다 프라이팬에 불을 냈고 윤정수는 달려와 대신 불을 껐다. 이후 윤정수는 “(프라이팬을) 떨어뜨렸으면 크게 불이 번졌을 것”이라며 “버텨줬으니까 자랑스럽고 고마웠다”고 칭찬했다. 이어 “그리고 저기서 더 다치면 진짜 제가 데리고 가야할 판이에요”라며 자신의 미래를 걱정했다.
지금까지 가상결혼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여느 커플 중에서 이런 철벽은 없었다. 더 적극적으로 애정공세를 퍼부으며 시청자들의 몰입을 높이고자 했다. 그러나 출연자의 진정성 논란이 거듭되면서 아무리 달달한 장면을 연출해도 “대본이네”라는 반응을 피하기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윤정수와 김숙은 차라리 달달함과 정반대로 가면서 웃음을 먼저 잡는 전략을 택한 듯하다. 이러다가 로맨스가 싹튼다면, 오히려 달달한 커플보다 더 혼란스러울 것도 같다. / besodam@osen.co.kr
[사진] '님과함께2'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