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만 우글대는 옥상 텃밭에 깜찍한 천사들이 찾아왔다. 텃밭이 있는 영등포 구청 인근 어린집에 다니는 다섯 명의 어린이들이 깜짝 방문한 것이다. 아기 천사들의 기운을 받은 걸까. 초록빛으로 물든 옥상은 유독 더 생기가 넘쳐 흘렀다.
지난 23일 밤 10시 50분에 방송한 KBS 2TV 예능프로그램 ‘인간의 조건-도시농부’는 도시 농부들과 어린이들의 어우러짐이 방영됐다. 도시 농부들은 해맑은 어린이들의 모습에 모처럼 동심으로 돌아갔고, 어린이들은 살아있는 자연학습을 즐겼다.
텃밭의 보람은 나눠먹은 행복이다. 아이들과 함께 하니 더 맛났다. 도시농부들은 아이들을 옥상 곳곳으로 데리고 다니며 다양한 야채 등을 맛보게 했다. 맛있어서 웃고, 쓴 맛에 찡그리는 표정 하나하나까지 너무 귀여워 도시농부들은 연신 아빠 미소를 지었다. 내가 만든 텃밭에서 기른 채소들을 순수한 아이들이 마음껏 맛볼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도시농부들이 얼마나 공들여 길렀는지를 알 수 있게 했다.
아이들한테 옥상 텃밭은 더할 나위 없는 자연학습 공간이었다. 아이들은 옥상 텃밭의 모든 것이다 신기했다. 연신 신나서 옥상 곳곳을 뛰어다녔다. 최현석은 아이들의 일일 요리 교실 선생님이 됐다. 아이들한테 고구마 자르는 법을 가르쳐줬고, 아이들은 직접 시험해보며 또 신기해했다. 음악을 들으며 자란 식물이 더 잘 큰다는 연구 결과처럼, 아이들의 웃음 소리와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 속에서 텃밭은 유독 더 생생한 기운이 흘렀다.
꾸준히 열심히 텃밭을 기른 도시농부들한테 마치 선물처럼 찾아온 아기 천사들과 함께한 시간은 보는 내내 흐뭇함을 선사했다. 너무 순수하고 예뻐서, 텃밭과도 잘 어울리는 하나의 그림 같았다. 그런 아이들이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건강한 텃밭을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했다./jykwon@osen.co.kr
[사진]'인간의 조건-도시 농부'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