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해, 내가 잘하고 있는지 외줄타기 하듯~ 누가 나 잘하고 있다고 말해줘”
키디비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래퍼라면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마련이지만, 그의 이야기는 좀 더 진하고 뜨거웠다. 탄탄한 실력을 갖추고 언더 신에서 인정받아왔음에도 방송에서 여러 차례 가사를 저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여 온 바. 번번이 트랙 획득 직전에 기회가 좌절되는 등 안타까운 상황을 겪기도 했으니 이번 가사가 더욱 임팩트 있게 딜리버리 될 수밖에.
결국 키디비는 8번 트랙을 거머쥐었고, 눈물을 쏟아냈다. 그간의 아쉬움과 설움이 복받쳤던 모양이다. 지난 23일 Mnet ‘언프리티 랩스타2’를 통해 전파를 탄 이 장면은 보는 이들의 묘한 공감을 자아내며 뭉클함을 선사했다.
실패와 좌절을 맛본 뒤 그가 읊어낸 가사들은 자신의 이야기인 동시에 누구나 한번 쯤 겪어봤을 사연이었기 때문. 시청자들을 제대로 감정 이입 시킨 뒤 보란 듯이 승리해 트랙을 따낸 장면은 공감을 느꼈을 이들에게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했다는 분석이다.
‘언프리티2’ 속 키디비는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탔다. 그의 출연 소식이 전해진 이후 많은 이들이 그의 활약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언더 신의 여성 래퍼 중 비교적 활동 기간이 길고 그간 ‘실력파’로 평가 받아왔기 때문. 그런데 이런 기대들은 방송 첫 회에 무너져 내렸다. 싸이퍼 자기소개에서부터 가사를 절며 불안하게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이후 무대에서도 여러 차례 가사 실수로 실망감을 안긴 바다.
그래도 키디비는 저력이 있고, 한 방이 있는 래퍼였다. 이후 다양한 미션에서 안정적인 실력으로 프로듀서의 호평과 관객들 호응을 받았다. 특히 헤이즈와 벌였던 디스랩 배틀이 인상적. 이날 키디비는 센스 넘치는 가사와 특유의 플로우로 상대방을 묵살하며 무시무시한 실력을 뽐냈다. 그간 비주얼과는 달리 순하고 다소 푼수 같은 털털함을 보이다가 선사한 반전이었다.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아쉽게 트랙 획득까지는 오르지 못했던 상황. 첫 번째 공개무대에서 관객 투표 수 2위를 차지하고도 프로듀서가 헤이즈를 선택하면서 다음 라운드 진출이 좌절됐고, 지난 트랙 미션에서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월등한 실력을 보여줬음에도 '돼지 잡는 레시피'에 당해 유빈에게 기회를 내주고 말았다.
드라마는 ‘역전 드라마’가 가장 재미있는 법. 23일 방송에서 트루디는 ‘쇼미4’와의 합동경연에서 19위를 기록하며 영구 탈락 직전까지 갔다가 ‘각성’했다. 이후 팀 배틀을 승리로 이끌더니 예지, 유빈, 효린까지 쟁쟁한 래퍼들을 ‘외줄타기’ 랩으로 제치고 8번째 트랙을 따내는 ‘역전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여기까지가 키디비의 눈물이 진한 공감을 사고 뜨거운 뭉클함을 제공한 이유다. 이후 그에 대한 호감과 응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모양새다. 앞서 그가 보여줬던 털털하면서도 따뜻한 인성이 힘을 더 하고 있다.
키디비의 외줄 타기는 성공적이었다. /joonamana@osen.co.kr
[사진] '언프리티2'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