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과 김구라의 만남은 색달랐다.
방송인 김구라는 24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전현무와 함께 '뇌섹남'으로 출연했다. '바보 어벤져스'와의 대결을 펼치기 위함이었다.
기습적으로 '무한도전' 녹화장을 찾은 김구라의 등장에 현장은 웅성거렸다. 그간 방송에서 봐 온 김구라의 소위 '아는 척'은 단순한 '허세'가 아니었다. 실제로 그는 시사, 팝, 스포츠 등 여러분야에 걸쳐 백과사전 식 지식을 뽐내며 그 풍부한 상식을 인정받았던 터다. 이는 김구라를 타 예능 MC와 차별화시키는 면모이기도 했다.
이에 더해 김구라는 지금은 다소 둥글둥글해 진 면이 있지만, 날카로운 독설가다. 이 날도 김구라는 정확한 기록을 바탕으로 방송 추이를 꿰뚫고 있음을 드러냈다. 김구라는 유재석에게 "해피투게더 개편 이후 3.7%나오지 않았느냐"며 "'경찰청 사람들'보다 안 나온다"고 말했다. 공격이라기 보다는 웃음의 소재였다.
김구라는 바보어벤저스를 자식 동현이를 보는 심정으로 나왔다며 도발했다. 바보어벤저스에게 '어벤저스'의 뜻까지 알려주며 지식을 과시했다.
그런데 이런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 김구라가 살짝 모자란 매력을 더 빛나게 만드는 '무한도전'을 만나자 뭔가 묘해졌다. 김구라가 흔들리더니 '무한도전'과 색다른 케미스트리를 만들어낸 것이다.
초반 자신만만했던 김구라는 첫 경기는 하하와 상식 퀴즈 대결을 펼쳤고, 두 게임 연속으로 두 사람이 오답을 말해 무승부가 기록됐다. 이에 김구라는 "망신이네"라고 말했다.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매화'에서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고민하다가 왕의 변을 '매화'가 아닌 '용변'이라고 쓴 것. 박명수는 이에 "김구라 저 정도냐 실망이다"라고 한 소리를 했다. 김구라의 자주 볼 수 없는 민망해하는 표정이 이날 방송에서는 유독 자주 보였다.
솔비가 이순신 장군 관련 문제에서 '사천해전'이라는 정답을 얘기했지만, 이를 보고있던 김구라는 정답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솔비가 정답을 맞췄음이 드러나자 '시사상식에 강하다고 하지 않았냐'는 핀잔을 듣기도. 이에 "이건 시사상식이 아니다"라며 멋쩍어하며 민망한 듯 허허 웃는 모습에서는 인간적인 냄새가 났다.
영화라고 생각하자면, 소위 뇌섹남으로 '깐족'대다가 마지막에는 물에 첨벙 빠지고 마는, 미워할 수 없는 악역 캐릭터를 톡톡히 소화해 낸 것이다. 보는 이에게는 일면 짜릿함까지 안겨주는 반전이었다. 김구라가 '무한도전'을 만나 자연스럽게 선보인 이색 캐릭터가 이날 웃음에 톡톡한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다.
한편 이날 ‘무한도전’은 바보 어벤져스와 똑똑한 스타가 대결을 벌이는 ‘바보 전쟁’이 펼쳐졌다. 바보 어벤져스는 홍진경, 은지원, 솔비, 심형탁, 간미연, 채연, 김종민, 박나래와 ‘무한도전’ 멤버인 하하와 광희로 구성됐다. / nyc@osen.co.kr
[사진] '무한도전' 영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