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이 내놓는 기획들은 진짜 ‘특집’이라고 부를만하다. 매주 타이틀에 ‘특집’을 붙여가며 어떤 아이템으로 분량을 때울지 고민하는 일부 프로그램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어떤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지고자 하는 기획의도부터 확실하고, 이 같은 의도를 전달하기 위해 애쓰고 노력하는 모습들이 자연스럽게 묻어나온다. 여기에 웃음까지 더하는 연출이 지금의 ‘무한도전’을 만든 것이 아닐까.
‘바보전쟁-순수의 시대’ 역시 ‘무한도전’다웠다. 많이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에 집중하면서 ‘바보’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을 돌려놓은 것. 많이 안다고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을 우습게 여기고 조롱하는 이들에 뼈 있는 일침을 놓으면서,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고 관심을 갖는 부분이 있다는 따뜻한 존중을 프로그램 전반에 깔았다. 물론, 웃음도 빠지지 않았다.
지난 24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는 ‘바보 어벤져스’와 ‘뇌섹남’이 대결을 벌이는 ‘바보 전쟁-순수의 시대’가 꾸며졌다. 바보 어벤져스는 홍진경, 은지원, 솔비, 심형탁, 간미연, 채연, 김종민, 박나래와 ‘무한도전’ 멤버인 하하와 광희로 구성됐고 ‘뇌섹남’ 팀에는 김구라와 전현무를 필두로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이 자리했다.
이날 방송은 초반부터 뭉클한 분위기가 깔리면서 감동적인 결말을 암시했다. 그간 세상의 모진 시선들을 견뎌내야했던 ‘바보 어벤져스’들의 사연이 ‘명상의 시간’을 통해 전해지면서 이들이 꼭 이겨야만 하는 이유가 만들어진 것. 이 순서에서 솔비와 간미연은 그간 자신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들에 대한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자기 고백의 분위기가 형성이 됐고, 심형탁은 뭉클한 분위기에 방점을 찍었다.
먼저 솔비는 “저를 지식으로만 판단했던 분들이 많다. 상처를 받기도 했다. 그런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던 분들을 용서하고 싶다”고 말했다. 간미연은 “늘 부족하고 남들보다 못하는 것 같고 자신감도 없는 내가 참 많이 미웠다”며 “나를 용서하고 싶다”고 말해 보는 이들의 뭉클함을 자아냈다.
심형탁의 이야기는 깊은 울림을 주기도 했다. 자신이 한 분야에 빠져 지식을 쌓는 일을 멀리하게 된 이야기는 ‘바보’를 향한 부정적인 시선을 거두는데 일조했다. 그는 “친구가 없어서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게 됐다. 어렸을 때 왕따였다. 덩치가 커서 애들이 싸움을 하러 가자고 할 때마다 거절을 했고, 그 이후부터는 나를 바보로 취급하고 무시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이후 퀴즈 대결이 펼쳐졌는데, 대결을 펼칠 상대방을 고른 것 자체에서도 ‘무도’의 기획의도가 분명하게 묻어났다. 그간 '바보'들을 하찮게 여기고 한심한 눈빛으로 바라봤던 정형돈, 정준하, 박명수, 그리고 방송국에서 바보들을 만날 때마다 냉소적인 시선을 보냈던 김구라와 전현무가 퀴즈에서 맞붙을 상대로 정해진 것.
‘바보 어벤져스’ 멤버들은 똘똘 뭉쳤고, 퀴즈대결을 통해 자신들을 무시하고 얕봤던 ‘뇌섹남’들에게 통쾌한 한방을 날렸다.
방송 말미에 전해진 하하의 멘트가 모든 것을 이야기 한다.
“사실 (바보 전쟁) 기획 당시에는 웃기는 게 목표였다. 근데 저도 하면서 깨달았던 게 관심사가 다를 뿐이더라. 감히 누가 누구를 바보라고 부를 수 있겠느냐.”
‘무한도전’, 이번 특집도 성공적이다. / joonamana@osen.co.kr
[사진]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