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짝퉁패밀리’ 이하나, 들꽃 같은 매력의 대체불가 배우
OSEN 박꽃님 기자
발행 2015.10.25 07: 25

이하나는 들꽃 같은 연기를 하는 배우다. 유난스럽지 않지만 한 번 눈에 띄면 쉽게 눈을 뗄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고, 유약해 보이지만 시련을 견디며 제 자리를 지킬 줄 아는 강인함이 있다. 섬세한 감각으로 현실적이면서도 흡인력 있는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을 웃고 울려왔던 이하나가 또 한 번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지난 24일 오후 방송된 KBS 2TV '드라마스페셜 2015' 시즌3의 첫 작품인 '짝퉁패밀리'(극본 손세린, 연출 안준용)에서 이하나는 엄마 송자(길해연 분)와 의붓아버지 명국(김원해 분)의 빚을 갚느라 젊은 시절을 가족에게 헌신한 36살의 올드미스 김은수 역을 맡았다. 그에게는 송자와 명국 사이에서 낳은 민수(이학주 분)가 있고, 은수는 이런 집안에서 가장 노릇을 하며 살아간다.
10년에 걸쳐 송자의 카드빚을 모두 청산한 은수는 단 1년만이라도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기 위해 제주도로 떠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갑작스레 송자가 세상을 떴다. 정신없이 장례식을 치르고, 장지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은수는 “엄마는 좋겠다”며 한숨처럼 말을 내뱉는다. 커다란 표정 변화 없이 이하나가 조용하게 내뱉는 말에서는 그동안 가족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며 아등바등 살아 온 은수의 삶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이하나의 담담하면서도 현실적인 연기는 계속됐다. 송자의 죽음과 민수의 존재로 은수의 제주도 행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은수는 송자, 민수와 함께 살던 집의 방을 빼고 짐을 모두 처분한다. 또한 민수마저 명국에게 버리고 도망치듯 뒤돌아 나와 마침내 자유의 몸이 됐다. 이런 그에게 오랜 남자친구 영진(박종환 분)이 찾아와 민수를 찾았다. 이런 영진에게 은수는 “내가 버렸어”라며 “늘 엄마랑 민수가 없어져버렸으면 했다. 아니면 내가 도망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소원대로 엄마는 없어졌고 민수는 저절로 없어질 때까지 내가 기다릴 수가 없어서 내가 아까 내다버리고 왔다”는 다소 충격적일 수 있는 대사는 이하나의 연기를 통해 그렇게 해서라도 자신의 인생을 되찾고 싶었던 은수를 이해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수는 좀처럼 제주도로 떠날 수 없었다. 제주도로 떠나기 직전, 공항에서 비행기 티켓을 끊으려는 순간 민수가 파출소에 잡혀있다는 전화를 받고 되돌아 온 은수에게 명국은 과거 송자가 쓴 각서를 들이밀었다. 각서에는 송자가 명국에게서 1,500만원을 받아가는 대신 민수에 대한 어떤 책임도 묻지 않겠다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이런 그에게 은수는 어렵게 모아 온 돈을 명국에게 건넸고, 민수를 떼어낸 후 다시 공항으로 향했다.
한편 민수는 누나의 돈을 받아 도망치는 명국을 쫓아 돈을 뺏어 왔고, 짐이 다 빠져있는 집으로 돌아가 은수의 흔적을 발견했다. 그가 얼마나 제주도에서 생활하기를 꿈꿨는지 알게 된 민수는 영진과 함께 공항으로 달려가 은수에게 돈을 건넸다. 어떻게 돈을 돌려받았는지 묻는 은수에게 영진은 명국에게 민수가 돈을 갚기로 하고 받아왔다고 전했다. 이어 민수는 “누가 갚든 갚기만 하면 난 네 책임 아니잖아. 너랑 나랑 가족 안 하면 돼. 그냥 아는 사람으로 지내면 돼. 그러니까 이 돈 네가 갚아줄 필요 없어. 네 꺼야”라며 은수의 제주도 생활을 응원했다. 그렇게도 버리고 싶었던 동생의 예상치 못했던 말과 행동에 은수는 욕을 하며 눈물을 흘렸고, 그 눈물의 의미는 이하나의 섬세한 표정과 감정 연기로 모든 것이 설명됐다.
마침내 은수는 제주도로 향했다. 혼자로서의 삶을 시작한 은수는 홀가분해 보였다. 하지만 이내 그는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에도 흘리지 않았던 눈물을 흘렸고, “엄마”라는 말만을 반복하며 맺혀있던 가슴 속의 응어리를 풀어내는 듯 보였다. 이런 그에게 민수가 찾아왔다. 자신이 일하고 있는 게스트 하우스로 일부러 찾아온 민수의 모습에 은수는 미소 지었다. 늘 떼어내고 싶었던 혹 같은 동생이었지만 변함없이 퉁명스러운 말을 내뱉으면서도 자신을 찾아 온 민수의 모습에 은수는 안도했고, 그렇게 두 사람은 진짜 가족이 되어 가고 있었다.
이렇듯 이하나는 70여 분간의 단막극 안에서 원수와도 같았던 가족을 향한 원망과 회한, 후회와 용서 등 다양한 감정들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누구보다 행복을 꿈꾸며 살았지만 그걸 이루기까지 참 힘들었던 은수라는 캐릭터는 이하나라는 배우를 만나 생기를 찾았고, 빛을 발했다. 자세히, 그리고 오랫동안 보면 볼수록 그 매력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이하나의 연기는 다시 한 번 그가 대체 불가능한 배우라는 사실을 입증해냈다. / nim0821@osen.co.kr
[사진] ‘짝퉁패밀리’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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