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뜩이'부터 전국민의 사랑을 받는 '로코킹'까지, 조정석은 차근차근 자신이 걸어야 할 길을 걸어왔다. 속도에 집착한다거나 과욕을 부린 적은 없었다. 강렬한 첫 배역 '납뜩이'가 오랫동안 자신을 따라다녀도 그저 유유히 새로운 역할에 집중했고, 매번 기대 이상의 연기로 관객과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믿고 보는' 배우가 됐고, 홀로 주연을 맡아도 든든한 '원톱'으로 성장했다.
지난 22일 개봉한 '특종:량첸살인기'(노덕 감독)는 조정석이 처음으로 원톱 주연을 맡아 활약한 작품이다. 영화 '건축학개론'(이용주 감독)의 감초, '관상'(한재림 감독)과 '역린'(이재규 감독) 등 '떼주연'을 지나 '나의 사랑 나의 신부'(임찬상 감독)에서 신민아와 멋진 '콤비-플레이'를 선보인 후의 첫 작품이다.
조정석은 '특종:량첸살인기'에서 일생일대의 오보를 내게 되는 열혈 기자 허무혁 역을 맡았다. 이혼, 해고의 위기에 몰린 허무혁은 우연한 제보로 연쇄살인사건과 관련된 특종을 터뜨리게 되지만 곧 단독 입수했던 연쇄살인범의 친필 메모가 소설 '량첸살인기'의 한 구절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자신이 낸 특종이 어마어마한 오보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허무혁은 그간 조정석이 했던 캐릭터들을 다 버무린 듯한 인물이다. 납뜩이의 코믹함, 은시경의 냉정함, 강셰프의 버럭하는 매력이 다 담겨있다. 그렇다고 이전 역할들과 비슷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캐릭터들의 단면, 단면이 한 인물에 모여 벼랑 끝에 몰린 열혈 기자를 입체적으로 완성했다.
한 인물을 중심으로 영화가 흘러갈 경우, 주인공을 맡은 배우의 부담감은 클 수밖에 없다. 관객은 주인공의 동선과 감정선을 따라간다. 만약 '원톱 주연'의 연기가 부족하면 집중을 잃거나 결점을 찾게 돼 영화에 몰입할 수 없게 되기 십상이다. 그런 면에서 조정석은 부족함이 전혀 없는 모습이다. 허무혁이라는 인물에 빙의, 흡인력 있는 연기력으로 관객들의 집중을 끌어냈다는 평이다.
재밌는 사실은 동시기 상영작인 '더 폰'이나 '성난 변호사' 역시 주인공 한 명을 내세운 작품들이라는 것. '연기신(神)'이라 불리는 손현주, 셰프 캐릭터계 선배 이선균과 흥행 경쟁을 벌이는 자리까지 올라온 조정석의 도약이 눈부시다. 더불어 선배들과의 경쟁에서 그가 어떤 성적표를 받게 될지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조정석은 최근 OSEN과의 인터뷰에서 원톱 주연을 맡게 된 것에 대해 "어마어마한 부담감이 있다. 아시다시피 언론 시사회 당시에도 엄청나게 긴장한 상태였다. 기자 분들이 나름 재밌게 보시는 것 같았는데, 질의응답 때 첫 질문이 무겁게 느껴져서 더 긴장했다. 사진 속 제 얼굴도 굉장히 긴장돼 보이더라"고 부담을 표현한 바 있다. 하지만 그는 이내 "그런데 시간이 좀 지나니까 숙명적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그래서 여유로움이 느껴졌나 보다."고 곧 이 같은 상황에 적응하고 있음을 알리기도 했다. 이 같은 자신감은 성적이나 인기가 아닌, 연기만을 보고 달려온 사람이 보여줄 수 있는 종류의 것이다. 혼자서도 잘 해낸 조정석은 이 영화를 통해 또 얼마만큼의 성장을 보여줄까? 기대감을 낳는다.
한편 '특종:량첸살인기'는 조정석, 이미숙, 이하나 등이 출연하며, '연애의 온도'를 연출했던 노덕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22일 개봉해 상영중이다. /eujenej@osen.co.kr
[사진] '특종:량첸살인기' 스틸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