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변호사' 허종호 감독 "절친 이선균과 협업, 욕 가능해 좋아" [인터뷰]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5.10.27 17: 22

"아기새를 낭떠러지에 내보낸 심정"이라며 화성인과의 경쟁에서 부디 선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허종호 감독의 말은 간절하면서도 재치가 넘쳤다. 그가 메가폰을 잡은 영화 '성난변호사'는 할리우드 대작 '마션'(리들리 스콧 감독)과 같은 날(10월 8일) 개봉을 해 용케 한국영화 중에서는 가장 높은 성적을 기록하며 선전해왔다. 비슷한 시기 개봉하는 한국 영화 경쟁작이 없었다는 이유도 있지만, '믿고 보는' 이선균과 그의 절친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 동문인 허종호 감독이 처음으로 의기투합한 작품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선균과의 작업은 다른 배우들과의 작업과 특별히 다르다고 할만한 것은 없었다. 다만, 서로 장난스레 욕을 주고 받으며 이야기할 수 있었다는 점만큼은 편했다고. '성난 변호사'는 허종호 감독의 상업 영화 두번째 작품이다. 2011년 전도연, 정재영이 출연한 '카운트다운'이 데뷔작. 첫번째 작품에 대해 "뭔지도 모르고 지나가는 게 많았다"는 허 감독은 두번째 작품만큼은 "책임감이 든다", "잘 돼야 한다"며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아쉽다는 평이 없지 않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그의 모습에 후회가 낄 틈은 없었다. '성난변호사'를 "아기새"라 칭하며 애정을 숨기지 않았던 허종호 감독과 '성난 변호사'에 관해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눴다. 이하 일문일답.
-'카운트다운'에 이어 두번째 영화다. 소감이 어떤가?

뭐든 처음이 그렇듯이 처음일 때 그런 건지도 모르고 지나가는 게 많다. 처음일 때 '어어어어'하면서 가버린 느낌이라면, 지금은 이런 거구나 예상도 하고, 더 책임감이 든다. 이제 또 다른 작품을 넘어 가려면 잘 돼야 하는데..그 때는 그런 것도 몰랐다.
-'성난 변호사'는 자연히 이선균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주연 배우와 잘 어울리는 제목이다. 처음부터 이선균은 염두하고 시나리오를 쓴 건가?
아니다. 제목은 거의 초기에 결정했다. 의도된 게 아니다. 원래 봤던 시나리오 제목은 '변호사'였다. 기획은 '변호인'보다 오래 됐는데, 개봉이 더 늦어졌으니 그 영화와 차별점을 둬야했다. 다른 제목이 있었는데 어차피 우리가 한 캐릭터로 끝가지 가는데, 그러다 보면 캐릭터 색깔이 짙은 제목으로 가야할 거 같아서 이렇게 지은 거다.
-이선균의 전작 '끝까지 간다'도 그렇고, 범죄·액션 영화는 두 사람 이상의 다양한 캐릭터들이 중심에 서는 경우가 많다. '성난 변호사'는 한 명의 캐릭터가 홀로 영화를 이끈다. 이유가 있나?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 어떻게 보면 지적인 슈퍼 히어로다. 다른 사람들은 방패도 있고, 하늘을 날고 그런 능력이 있다면, 이 친구는 지적이고, 스마트하고 뺀질대기도 하지만, 그런 하나의 매력적이다. 그런 캐릭터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주연배우가 친구라서 특별이 좋은 점이 있던가?
그렇다. 아무래도.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으니까 좋다. 누구 돌려서, 매니저 통해서, 프로듀서 통해서 얘기하는 것도 아니고, '이거 하자', '그러자', '됐다', 이렇게 편하게 할 수 있었다. 전작들에서도 도연 선배랑, 재영 선배와 함께 하는 게 편하고 즐거웠다. 그래도 다른 점이 있다면 서로 욕을 한다는 점이다. 욕이 추임새로 들어간다.
-친구 아닌 배우 이선균은 어땠나?
학교 다닐 때 단편을 같이 했었다. 그런 낯설음은 없었는데, 그 때의 이선균이 아니지 않나? 그 때는 실습 같은 거였고, 지금은 프로다. 내로라 하는 배우가 된 거고, 그 때에 비하면 엄청난 성장이다. 연기 기술뿐 아니라 그동안 이선균이라는 배우가 해놓은 커리어가 굉장하다. 대단한 배우가 돼 있더라.
-학생 때와는 무엇이 달랐나?
연기를 더 잘한다. 훨씬, 그 동안 다양한 면이 많이 생겼다. 다양한 캐릭터를 하다보니, 짜증 연기만 잘하는 게 아니라 로맨틱 가이이기도 하지 않았나? 그런 역할도 한, 두번 한 게 아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이선균의 팔색조 매력이 종합선물세트로 잘 담긴 것 같다.
-지하철이나 한강에서의 추격신은 재치가 있어 재밌었다. 어떻게 나온 장면들인가? 
그런 장면을 좋아하고 보는 것도 좋아한다. 찍을 때도 재밌다. 다른 영화랑 차별성도 둬야해서 나온 장면이다.주인공이 변호사다. 형사도 국정원 요원도 아니고, 위기를 모면하고 추격을 따돌리는 변호사만의 방법은 뭐가 있을까 생각했다. 스마트한 기지가 넘치고, 그런 모습이 있어야할 것 같아서 고민하다 보니까 나왔다.
-이선균이 김고은에게 '멜로가 있다'고 선의의 거짓말(?)을 해 출연 설득을 했다고 알려졌다. 김고은의 출연은 어떻게 성사됐나?
살짝 그런 농담은 했다. 그런데 정말로 멜로가 완성되면 안 된다. 이 장르에서 멜로까지 이뤄지면 안 된다. (웃음) 고은 씨에게 '전에 좀 센 캐릭터였다면 우리 영화에서는 나이에 맞는 그런 연기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편하게 와서 같이 즐기자고 얘기를 했다. 아마 김고은도 장르 영화를 해보고 싶었을 거다. 유쾌한 영화에 대한 갈증이 있지 않았을까?
-영화에 "이기는 게 정의"라는 대사가 인상 깊었다.
캐릭터를 설명하면서 필요한 대사였다. 영화 속에서 역설적으로 '정의는 이긴다'를 실현하는 게 목표였다.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이기는 게 정의라고 하면서 포기하고 순응하고 산다. 어떻게 보면 현실적인 변호사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서 그런 대사가 나왔다. 승소를 해서 먹고 사는 사람이니까, '정의를 위해 먹고 사는 사람이 있다'(하는) 그런 캐릭터를 부각하기 위해서 만들었다.
-흥행에 대한 부담이 없지 않을 것 같다. 어느 정도를 기대하나?
200만이다. 손해를 안 보는 게 일단은 목표다. 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들어간 작품이다. 열심히 키워서 세상에 내보냈다. 그런데 낭떨어지에서 새가 아기를 탁 치면, 가라앉을 수도 있고, 날개짓을 하고 있는데 화성인이 와서 채갈 수도 있다. (웃음) 새한테 충분히 사랑을 주고,애지중지 해서 내보냈는데, 낭떨어지에 내보낸 심정이다.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관객들은 믿는다. 어떻게 보면, 모든 영화가 그렇지만, 영화는 감독이 관객들에게 보내는 러브레터다. 답장이 오기를 기다린다. 사랑한다는 말까지 필요없다. 그냥, 좋은 만남을 이뤄보자 이 정도라도 괜찮다. 화답을 해달라. 본 사람이 성실하기도 하고, 성격이 나쁘지 않다. 좋은 소문을 내줘서 '사귀어 볼까?' 이런 마음이 들기를 바란다. /eujenej@osen.co.kr
[사진] 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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