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스케일을 자랑한 세트와 이광수가 촘촘하게 짠 반전 스토리, 여기에 전혀 예상치 못했던 추리력을 뽐낸 개리까지. ‘런닝맨’ 7명 멤버들이 만들어낸 미로 레이스 역시 시청자들의 오감을 만족시키며 ‘역대급 꿀잼’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지난 25일 방송된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이하 ‘런닝맨’)에서 멤버들은 각자 좋아하는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했고, 이를 통해 유재석, 김종국, 지석진, 이광수는 작은방에, 개리, 하하, 송지효는 큰방에 들어가 미션을 수행했다. 두 방 모두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미션으로 극도의 예민함을 보인 멤버들은 성공 후 미로로 들어가게 됐다.
미로를 헤매던 멤버들은 갑자기 나타난 헌터로 인해 제대로 된 레이스를 펼칠 틈도 없이 다시 무인도로 끌려가게 됐다. 제대로 된 길이 어딘지도 모른 채 헌터와 싸움을 벌어야 한다는 긴장감은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한층 높이는 역할을 했다.
그런데 이 미로에는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이 미로의 설계자가 바로 이광수였던 것. 이광수는 제작진을 찾아 ‘해피 광수데이’를 언급하더니 앙금이 남았다고 말했다. 이 ‘해피 광수데이’는 멤버들이 이광수 몰래 그의 집에 들이닥쳐 속옷 공개부터 안방 점령까지 감행하는 것은 물론 그의 아버지까지 섭외해 감쪽같이 그를 속였던 특집 방송이었다. 이 때 이광수는 “반드시 복수하겠다”고 외친 바 있다.
또 이광수는 외모 지적부터 갖은 구박까지, 그 동안 멤버들에게 당했던 설움을 토해냈다. 그리고 이광수는 “지금까지 제가 받은 상처, 분노, 역경, 이 모든 것 때문에 이번 복수를 계획한 것이니 달게 받아라”고 했다. 이런 이광수의 뜻에 따라 초대형 홀에 미로 세트가 지어졌다. 치밀한 계획 끝에 정말 답답하기 그지없는 미로가 완성된 것. 이광수는 물론 세트 디자이너까지 미로 속에서 방황해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문제는 제작진이 이광수의 복수를 완벽하게 지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제작진은 멤버들도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 공정한 게임이 될 수 있다며, 멤버들이 이광수가 스파이임을 알아낼 수 있는 힌트를 곳곳에 숨겨뒀다. 이광수의 승리 조건은 나머지 멤버 6명을 마지막 방으로 유인하는 것이고, 패배는 나머지 멤버들보다 먼저 마지막 방에 들어가거나 미로 설계자의 표식을 들키는 것이었다.
이에 제작진은 헌터 5명의 이름표 각각에 ‘이’ ‘광’ ‘수’ ‘팔’ ‘목’이라는 글자를 붙였고, 방에 있는 시계에는 이광수의 이름 자음인 ‘ㄱ’ ‘ㅅ’을 가리키는 시침을 만들어 넣었다. 또 이광수의 별명인 ‘아시아 프린스’에 착안해, 왕자가 적힌 거대 동화책도 힌트로 남겨뒀다. 개리는 이 힌트들을 이용해 너무도 쉽게 이광수를 스파이로 지목했다.
위기 상황에 몰리자 이광수는 당황한 나머지 표정 관리에 실패했고, 결국 이광수는 승리를 코 앞에 두고 뜬금 능력자인 개리 때문에 패배하고 말았다. 분명 복수를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촉 좋은 개리 때문에 다시 한 번 굴욕을 맛보게 된 것. 또 이광수는 포복미로 후 ‘마빡 슬레이트’로 끝까지 시청자들과 멤버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햇수로 6년이라는 시간동안 함께 달려온 7명의 멤버들은 이제 눈빛만 봐도 뭘 말하고, 뭘 원하는 지를 알 수 있을 정도로 돈독한 사이가 됐다. 그렇기에 게스트 없이 멤버들끼리만 진행되는 레이스가 합이 더 잘 맞고, 재미있다는 평가를 얻고 있기도 하다. 이번 미로 레이스 역시 마찬가지다. 비록 그간 묵혀 둔 설움을 폭발시킨 복수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엄청난 미로 세트부터 미션과 룰까지 치밀하게 계획해낸 이광수와 박진감 넘치는 레이스를 펼친 멤버들에 큰 박수를 보낸다. /parkjy@osen.co.kr
[사진] ‘런닝맨’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