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동딸로 태어나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주인공은 애완견의 등장 이후 자신이 뒷전으로 밀린 것 같다며 외로워했다. 엄마의 사소한 말투, 행동 하나에도 예민한 딸과 이런 딸을 이해할 수 없는 엄마. 모녀의 대화는 좀처럼 합의점을 찾을 수 없는 듯 보였다.
지난 26일 방송된 KBS 2TV 예능프로그램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이하 '안녕하세요')에서는 애완견을 기르기 시작하면서 찬밥 신세가 되어버린 고2 여학생의 사연이 공개됐다.
3년 전, 유기견 센터에서 개 연두를 입양해 온 뒤로 사연의 주인공은 늘 엄마의 사랑에 목말라하고 있었다. 운동복을 사달라는 자신에겐 시장에서 사 입으라고 하고 연두에게는 브랜드 옷을 사 입힌 일부터 시작해, 주인공이 아빠의 차에 치였을 땐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이면서도 연두가 문에 다리가 끼어 다쳤을 땐 호들갑을 떨며 소란을 피웠던 일 등 엄마의 차별은 딸에게 상처가 되어 쌓여가고 있었다.
이런 딸에게 엄마는 “차별이라는 건 동일한 대상일 때 성립이 가능한 것”이라며 “딸이랑 개랑 동일한 대상이냐. 차별이라는 건 성립이 안 된다”고 연두와 자신을 비교하며 서운함을 느끼는 주인공의 사연에 대한 해명을 시작했다. 운동복에 관련된 일은 딸이 집에서 입을 용도인데 비싼 운동복을 사 달라고 하기에 그렇게 얘기한 것 뿐, 최근 체력이 부족하다는 딸의 말에 50만 원을 들여 녹용을 지어 주기도 했다며 엄마 나름의 방법으로 딸에게 애정을 표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했다. 이런 엄마의 말에 딸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관심과 사랑, 공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모녀의 좁혀지지 않는 의견 차이는 계속됐다. 연두가 문에 끼이는 사고를 당했던 일을 이야기하며 엄마는 강아지를 처음 키워 보는 거라서 피를 흘리는 모습에 많이 당황했다고 전했고, 이런 엄마의 말에 딸은 “나는 처음 아닌가?”라며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이어 엄마는 딸이 아빠의 차에 치였을 땐 크게 다친 것이 아니었기에 걱정되는 마음에 주의를 주기만 했을 뿐이라며 딸은 어디가 아프면 아프다고 말을 할 수 있지만 연두는 그럴 수가 없기에 더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얘기했다.
또한 엄마는 “‘아우 탄다’는 말처럼 연두를 동생으로 생각하고 질투하는 것 같아 딸의 입장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사소한 것이 질투를 하는 것이 이해가 안 간다”라고 말했고, 딸은 자신의 이야기에 조목조목 논리적인 해명을 하는 엄마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는 것 같아 답답함을 느꼈다.
이런 딸이 엄마에게 바라는 건 오직 사랑이 느껴지는 따뜻한 말 한 마디와 격려, 그리고 칭찬이었다. 항상 다정한 아빠와 달리 무뚝뚝한 엄마의 말투에 딸은 서운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고, 특히나 연두에게 사랑을 빼앗긴 것 같다는 생각에 엄마의 사소한 말 한 마디도 더욱 예민하고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외동딸인 만큼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을 원하는 딸에게 결국 엄마는 먼저 손을 내밀었다. “엄마가 말투가 사근사근하지 못해도 속정이 깊다는 거 알잖아. 엄마가 사랑할 사람이 딸밖에 더 있겠어”라는 애정 어린 말에 딸은 비로소 엄마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고, 늘 듣고 싶었던 따뜻한 말에 가슴 속에 쌓여 있던 섭섭함과 상처는 어느새 녹아내린 듯 보였다. / nim0821@osen.co.kr
[사진] ‘안녕하세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