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잔트가르’(몽고어로 ‘최강의 사내’라는 뜻)는 다름 아닌 신세경이었다. 그는 마을 사람들을 구하겠다는 생각 하나로 함주로 떠나 죽을 위기에 처했으면서도 전혀 기죽는 기색 없는 모습으로 남다른 담력을 증명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또랑또랑한 눈빛과 원하는 바를 조목조목 따지는 언변은 천하의 이성계마저 감동시켰다.
지난 26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연출 신경수|극본 김영현, 박상연)에서는 마침내 함주로 집결한 삼룡, 즉 이방원(유아인 분), 분이(신세경 분) 그리고 무휼(윤균상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특히 자신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마을 사람들을 구하겠다는 일념에 사로잡힌 분이는 정도전(김명민 분)을 만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활약을 펼쳤다.
이날 방송에서 신세경이 연기하는 분이의 매력이 가장 잘 드러난 순간은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함주에 입성하기 위해 이성계 앞에서 그간 겪은 일들을 고하는 장면. 그는 홍인방(전노민 분)의 가노들에게 개간한 황무지를 빼앗긴 것을 털어놓으며 “그게 뭐라고, 그깟 먹을 게 뭐라고 그걸 지키다가 그렇게 죽을 수 있냐. 어떻게 그렇게 다 죽일 수 있냐”라며 “빼앗긴 우리 곡식을 모두 다 태워버렸다. 공양미 받고 다들 극락하라고, 구천에서 떠돌아도 배나 든든하라고”라며 눈물 흘렸다.
감정이 과잉되지도, 모자라지도 않지만 뜻하는 바와 참아왔던 울분이 모두 담긴 분이의 호소에 이성계는 물론, 시청자의 마음마저 움직였다. 고통 받았던 고려 말 민초를 대변하는 캐릭터로서의 매력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한 것. 하지만 그의 활약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정도전이 준 목각 인형 때문에 이신적(이지훈 분)에게 첩자로 오인 받는 상황에서도 기지를 발휘해 “제 생각이 맞다면 저는 지금 여기서 수사를 당하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시험당하는 것 같다”라며 “당신 목에 나랑 같은 목각 인형이 걸려있다는데 목숨한번 걸어보겠다”라고 맞불을 놓은 것.
분이의 생각대로 이신적의 목에는 그와 같은 목각 인형이 걸려있었고, 마침내 분이는 "밀지를 전하겠다. 칠거점을 폐쇄하고 함주로 집결하여 이성계의 백성이 되어라”라고 메시지를 전하며 무리에 합류했다. 어떤 극악한 상황에서도 겁먹기보다 내막을 파악하고 총명함을 드러낸 분이의 모습은 ‘걸크러쉬’를 부를 정도.
하지만 ‘육룡이 나르샤’의 진정한 매력은 엔딩. 이번엔 이성계에서 첩자로 오인 받은 분이는 는 “이 고려땅 어디에도 작은 몸뚱이 의탁하지 못해서 온 겁니다. 장군께서 거두지 않으시면 우리 모두 이 땅에서 썩어 없어질 그런 사람들입니다”라고 다시 한 번 눈물로 호소하며 결백함을 어필했다.
이처럼 분이는 오로지 마을 사람들을 살리겠다는 생각 하나로 온갖 위기와 시련을 극복해내며 강단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모습으로 이방원부터 이성계, 무휼의 마음까지 사로잡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여배우로서 미모를 포기한 채 오직 연기에만 집중하고 있는 신세경의 몰입이 큰 역할을 했다. 앞서 “분이는 다른 여자 캐릭터와는 다르다”라고 말한 것처럼 뭔가 다른 여주인공의 면모를 톡톡히 보여주고 있는 것. 이날 방송 말미에는 정도전의 등장으로 본격적으로 신조선의 길이 열렸음이 암시되며 분이의 활약 또한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과연 분이가 민초들을 구하는데 성공하며 뜻을 이룰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육룡이나르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