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아인이 움직이니 극이 더욱 쫄깃해졌다. 눈빛부터 표정, 목소리는 물론 숨소리 하나까지. 유아인이 만들어낸 이방원은 기대 그 이상이었다. 유아인의 묵직한 연기력이 단 한 장면도 놓치고 싶지 않게 만들고 있다.
지난 26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신경수) 7회에서 이방원(유아인 분)은 이성계(천호진 분)가 있는 함주를 혁명의 거점으로 택한 정도전(김명민 분)의 뜻에 따라 함주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이방원은 이신적(이지훈 분)이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는 사형 허강과 재회했다. 그리고 그가 정도전과 함께 큰 일을 도모하고 있음을 간파했다.
분이(신세경 분)와 이신적의 만남을 지켜보던 이방원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저들과 큰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방원은 자신의 아버지인 이성계보다 먼저 정도전을 만나기 위해 계책을 떠올렸다. 이성계는 산이기 때문에 정도전이 이를 움직일 수 없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 이에 이방원은 이신적에게 “아버지가 그 분을 만나고 싶어한다”고 거짓말을 했다.
이 때문에 이방원과 이신적은 함정에 빠지기도 했지만, 무휼(윤균상 분)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정도전이 이성계 앞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상황은 더욱 급박하게 전개됐다. 그제야 그 분의 정체가 정도전임을 알게 된 이방원은 “신조선의 주인이 장평문의 잔트가르”라며 경악했다.
이날 유아인의 활약은 실로 대단했다. 정도전의 의중을 파악한 뒤 그를 만나기 위해 함주를 뛰어다니던 그의 움직임은 극의 중심을 꽉 잡으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완벽히 붙잡았다. 그 중 동굴 안에서 혁명의 거점을 구축하는 정도전의 계책을 알아낸 뒤 웃다가 얼굴색과 눈빛을 바꾸며 “진채계”라 말하던 장면은 시청자들까지 전율케 만들었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유아인의 카리스마는 왜 그가 이방원이어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게 했다.
또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는 이들을 설득하는 그의 강단 있는 목소리는 듬직했고 시시각각 변모하는 다양한 표정은 극을 더욱 쫄깃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했다. 스스로 맞다고 결정 내린 일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행동하는 그의 당찬 모습에서는 이방원의 호기로운 성격을 알 수 있게 했다. 그러면서도 어느 순간 소년의 순수함이 가득 담긴 표정을 지어 시청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다. 허투루 지나가는 장면이 단 하나도 없다 싶을 정도로, 매 순간 이방원으로서 신조선을 위해 온 마음을 다하는 유아인 덕분에 극 전체가 뜨겁게 일렁였다.
아직은 의욕이 더 많이 앞서 함정에 빠지는 실수를 저지르고 있긴 하지만 앞으로 이방원은 정도전을 만나 성장할 일만 남았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그 누구보다 똑똑하고 강단 있는 분이와 허술하지만 무술 하나만큼은 기가 막힌 무휼, 그리고 듬직한 사형 이신적이 버티고 있다. 그러니 시청자들은 이제 유아인이 만들어 나갈 이방원에 더욱 놀랄 일만 남은 셈이다. 훨훨 날아오를 유아인의 이방원을 기대해본다.
한편 ‘육룡이 나르샤’는 조선의 기틀을 세운 철혈 군주 이방원을 중심으로 한 여섯 인물의 야망과 성공 스토리를 다룬 팩션 사극이다. /parkjy@osen.co.kr
[사진] ‘육룡이 나르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