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와 에프엑스는 올해로 각각 8년차, 7년차다. 예쁘고 풋풋한 소녀들이었던 이들은, 나란히 성장해 음원 차트를 '씹어먹는' 이십대 성인 가수들이 됐다.
전성기를 맞이한 아이유와 에프엑스 새 앨범에 대한 반응은 열광적이다. '음원 깡패'의 원조격인 아이유의 신보 '챗셔'(CHAT-SHIRE)는 지난 23일 공개 즉시 각종 음원차트에서 '줄세우기'를 하며 막강한 파워를 보여줬다. 27일 공개된 에프엑스의 새 앨범 '4 Walls'는 그런 아이유의 턱밑을 추격하며 비등한 인기를 보여주고 있는 상황.
재밌는 것은 동년배 걸그룹과 싱어송라이터가 선보인 신곡들의 특별함이다. 아이유나 에프엑스나 각자의 색깔이 뚜렷한 아티스트들. 작사와 작곡, 프로듀싱 능력을 갖춘 아이유는 노래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편이고, 매번 유니크한 콘셉트를 내세웠던 에프엑스는 이번에도 다른 걸그룹들과는 차별화되는 비주얼과 메시지로 신선한 충격을 줬다. 이들의 신곡들에는 '내 마음을 알아맞혀 보라'며 세상 사람들에게 수수께끼를 내는 듯한, 도발적이면서도 매혹적인 메시지가 내포돼 있어 신선하다.
아이유는 '스물셋'을 통해 '내가 누구인 것 같냐'고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어느 쪽이게? 얼굴만 보면 몰라. 속마음과 다른 표정을 짓는 일 아주 간단하거든. 어느 쪽이게? 사실은 나도 몰라. 애초에 나는 단 한 줄의 거짓말도 쓴 적이 없거든. 여우인 척, 하는 곰인 척, 하는 여우 아니면 아예 다른 거.'라고 의미심장한 이야기들을 내놨다.
아이유가 선보인 메시지들이 유독 의미심장하게 느껴지는 것은 대중도 예상 가능한 '스타 아이유'의 고충들 때문이다. 7년의 시간 동안 아이유는 인기만큼 자주 가십의 대상이 됐는데, 이는 KBS 2TV 드라마 '프로듀사'의 신디 역과도 맞물려 대중으로 하여금 '국민 여동생'의 쉽지 않은 연예계 생활을 돌아보게 만들기도 했다.
4인조로 컴백한 에프엑스는 예술적인 가치가 높은 뮤직비디오로 팬들에게 '해석하는 재미'를 제대로 주고 있다. 특히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4 walls'는 제목부터 '4인조'로 변신한 에프엑스의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줬다. 물론 가사는 역시나 보통 사람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난해함을 안고 있으나, 뮤직비디오가 더해지면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한 메시지로 읽혀 재미가 있다. 에프엑스의 새 뮤직비디오에 대해 팬들은 화면의 비율 변화나 컵을 깨는 장면 등을 지적하며 이 같은 요소들이 설리가 빠진 에프엑스의 새출발을 의미한다고 해석한다. 마치 추리를 하는 듯, 해석의 여지를 두면서도 예상 가능한 메시지가 매혹적이다.
'나는요 오빠가 좋은 걸', '난 NU 예삐오'를 부르던 귀엽고 엉뚱했던 소녀들은 이처럼 진화하고 있다. 누구나 따라할 수 없는 자신들만의 메시지와 콘셉트로 차별화를 둔 이들의 영리함을 칭찬해 줄만하다. 자신들만의 이야기와 이미지를 전달하는 이십대 여자 아티스트들의 음원차트 약진은 그래서 더욱 의미가 있다. /eujenej@osen.co.kr
[사진] 로엔, SM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