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톡톡] ‘육룡이’ 천호진 분노가 전하는 깊은 울림
OSEN 박진영 기자
발행 2015.10.27 16: 45

“이 나라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아. 이 나라는 조금도 좋아지지 않아. 조금도!”라는 이성계(천호진 분)의 울부짖음은 고려 안에서 핍박을 받고 결국 파리 목숨처럼 무참히 죽어가는 백성들의 기구한 사연에서 비롯됐다. 변방에서 나라를 지키던 무장의 이 같은 분노는 향후 조선을 건국하게 되는 기반이 됐다. 그리고 백성들을 위한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고 나서는 육룡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큰 전율을 안겼다.
지난 26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신경수) 7회에서 분이(신세경 분)는 정도전(김명민 분)의 뜻에 따라 무휼(윤균상 분)과 함께 함주로 향했다.
앞서 분이는 버려진 땅을 마을 사람들과 함께 개간해 수확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빼앗겼을 뿐만 아니라 아무렇지 않게 마을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아가는 권력가들을 보면서 비통함을 금치 못했다. 어린 언년이까지 죽게 되자 분이는 곡간에 불을 지르고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났다. 그곳이 바로 함주였다. 정도전이 “7거점을 제거하고 함주로 집결하라. 그리고 이성계의 백성이 되어라”라고 했기 때문.

이에 분이는 이성계를 찾아가 3년 동안 농사를 지었지만 이마저도 첫 수확하는 날 모두 빼앗겼다고 고백했다. 또 분이는 “그깟 먹을 게 뭐라고. 그걸 그렇게 지키다가 죽을 수 있느냐”며 울분을 터트렸다. 이어 분이는 “그래서 그 곡식을 모두 태웠다. 공양미 벗삼아서 다들 극락하라고. 구천을 떠돌더라도 배는 든든하라고”라 말해 모두를 숙연케 만들었다.
막사로 돌아온 이지란(박해수 분)과 이성계는 분노를 참지 못했다. 특히 이성계는 “일생을 오로지 이 변방에 틀어박혀 왜적과 싸웠다. 그 동안 죽어간 내 병사, 내 동지, 내 백성들의 피로 무엇을 이뤘단 말이냐”며 이인겸(최종원 분)길태미(박혁권 분), 홍인방(전노민 분)을 언급했다.
이 세 사람은 자신들의 부와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백성들의 고혈을 빨아 먹고 심지어 죽이는 일까지 서슴지 않는 고려의 악인들이다. 이에 정도전은 이 썩어빠진 고려를 뒤엎고 신조선을 만들겠다고 다짐,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이방원(유아인 분)은 이미 어린 시절 정도전을 자신이 꿈꾸던 잔트가르(최강의 사내)라고 생각해왔고, 자라는 동안 썩은 고려에 쓴웃음을 지었다. 또 자신의 손을 잡으라 하는 홍인방 앞에 적개심을 드러내며 분노가 섞인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렇기에 그 또한 신조선 건국에 반색하며 함주로 오게 된 것. 이방원은 자신의 아버지인 이성계는 산과 같은 인물이기 때문에 먼저 정도전이 만나게 되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성계 역시 더 이상 아무런 희망도 없는 고려에 분개하고 있었다.
이 때 이성계가 내지른 “이 나라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아. 그렇게 오랫동안 싸워왔고 참아왔는데. 그래도 이 나라는 조금도 좋아지지 않아”라는 말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안기기에 충분했다. 좋은 날을 기대하며 발버둥을 쳐도 달라지기는커녕 더욱 커져만 가는 빈부격차 속에 실망과 좌절을 반복하는 현재와 드라마 속 고려의 실상이 전혀 다르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 그렇기에 고개를 숙인 채 주먹을 꽉 쥐고 섰던 이성계가 ‘조선의 설계자’인 정도전을 만나는 장면이 그토록 전율을 일으켰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미 역사적으로 정도전과 이성계가 고려를 쳐내고 조선을 건국했음을 다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김영현 박상연 작가는 이 ‘육룡이 나르샤’를 통해 국가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지고 있다. 나라를 만드는 과정에서 개인은 무슨 의미를 가지는가를 전하고자 한다는 것. 그리고 이 극에서 핍박과 수탈에 시달리며 목숨을 이어갔던 백성들의 모습은 육룡이 몸을 일으키는 계기를 만들었다. 단순한 권력 다툼이나 영웅담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백성 개개인에 집중하며 시청자들에게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육룡이 나르샤’가 앞으로 또 어떤 울림을 전할지 궁금해진다.
한편 ‘육룡이 나르샤’는 조선의 기틀을 세운 철혈 군주 이방원을 중심으로 한 여섯 인물의 야망과 성공 스토리를 다룬 팩션 사극이다. /parkjy@osen.co.kr
[사진] ‘육룡이 나르샤’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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